올겨울 초입은 마치 봄 날씨처럼 변덕스럽고 유난스럽다. 좀체 끝날 것 같지 않던 더위가 기습 공격을 당하던 625처럼 하루아침에 물러나 낙동강 전선까지 거침없이 몰고 가는 듯했다. 그 서슬에 길가 양지바른 곳에서 철모르는 개나리도 피었다는데 갑자기 추워졌다. 느닷없이 성공한 서울 수복처럼. 무려 20도의 일교차라 한다. 덕분에 여인네의 옷차림은 분주해지고 거리는 두꺼운 패딩부터 반바지까지 철을 잃은 듯하다.
웬만한 일교차쯤은 눈 깜박 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젊은 날과는 다르다. 나이 들며 모든 게 둔감해지는데 날씨만큼은 민감해진다. 추위도 더위도 견디기 힘들다. 일기예보에 미리 겁을 먹고 두꺼운 패딩 차림으로 길을 나섰더니 몸은 더워 땀이 나건만 얼굴엔 칼바람이 스친다. 따갑다. 겨울철 피부관리가 필요하다. 젊은 시절처럼 예쁘게 보이기 위한 피부관리와는 다르다. 나이 들어 건조해진 피부를 달래주어야 한다.
건조증은 피부를 드러내야 하는 얼굴에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온몸 구석구석 파고든다. 나이 들어 효자손이 필요한 이유이다. 손이 닿는 곳의 가려움은 그럭저럭 혼자 해결할 수 있지만 등은 남의 손을 빌려야만 하니 그나마 효자손이 효자다. 손이 자주 가는 종아리 부분에는 붉게 손톱자국이 나는 게 예사이다. 혼자 있을 때는 구시렁구시렁 혼잣말을 해대면서 시원하게 긁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있을 때 벅벅 긁는 모습은 그리 보기 좋지 않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가려움증을 참기도 힘들다. 미리 관리를 해놓아야 그나마 가려움증을 견딜 수 있다.
노후에 보습제는 필수이다. 혼자 먹을 때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고 한 끼 때우듯 보습제도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다. 손에 닿는 게 우선이다. 자식들이 쓰다가 남겨놓은 화장품이기도 하고 대형마트 세일 기간에 사 쟁여 놓은 것일 수도 있다. 때로는 마트 행사 기간에 사은품으로 얻은 것도 있고 병원에서 건조증 치료로 처방받은 제품일 때도 있다. 까칠한 친구들은 맞지 않는 제품을 쓰면 탈이 난다는데 내 둔감한 피부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아무거나 조금 발라주면 다음 샤워 시까지 잘 버텨준다.
피부도 내 품성을 닮나 보다. 까다롭지 않으나 모질지 못하다. 자주 가려우나 쉽게 낫는다. 마상을 자주 입지만 그러려니 혼자 잘 버틴다.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올겨울 초입에는 내 마음도 오락가락이다. 좋은 일에 마가 꼬이는 것 같다고 할까? 분명 2025년에 이룬 쾌거라고 할 수 있는 일이건만 기쁘지만은 않다. 혼자 가슴 앓이를 해야 할 일이 생기고 만다.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일시적인 현상이리라. 아무거니 써도 잘 맞는 보습제처럼 그렇게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겨울이 깊어지면 날씨 변덕도 힘을 잃고 만다. 어지러운 내 심사도 그렇게 힘을 잃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