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설레기보다는 아쉬운 나이가 되었다. 시간의 속도는 나이 숫자에 비례한다더니 쏘아 놓은 화살보다 빠르다. 자고 깨니 일 년이 지난듯 하다. 누구는 자고 깨니 챔피언이 되었다는데.
연말연시가 설레는 게 아니라 조급하거나 허둥대는 이유이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반짝이고 캐럴이 흥겹게 들려도 마음은 바쁘기만 하다. 철드는 게 아니라 철없는 노인이 된다.
이맘때면 습관처럼 서점에 들린다. 들뜬 분위기도 가라앉히고 조급한 마음도 누그러진다.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지고 시간이 멈춘듯하다.
올해는 트렌드 코리아 26 책을 골랐다. 해마다 연말쯤이면 서점에 등장하는 책이지만 예년에는 애써 모른 척했다. 해가 바뀌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그렇지 않아도 초광속인 세월을 앞당길 일이 무에 있겠는가 말이다.
"나 때는 말이야"를 알게 모르게 입에 달고 살았으니꼰대의 어깃장일 수도 있었다. 마음은 28청춘이라며 지나간 세월에 머물러 버렸다.
추억은 아름답다지 않은가?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다워 보이는 법이다.과정을 무시하고 결과에만 탐닉하기 때문이다. 순간순간 겪은 수많은 갈등과 고뇌는 묻고 남은 것만 보기 때문이다.아프니까 청춘이란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우리 모두 젊은 시절의 치열함을 거쳐 여기에 이르렀다.
젊어지기를 바란다면 "나 때는 말이야"로는 안된다.그 시절의 달콤함에 빠져들 게 아니라 미래를 보고 현실을 깨우쳐야 한다.하이힐을 신으려고 애쓰기보다는 효도 신발을 신고 한 발짝 내딛는 게 젊음을 유지하는 길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삶이란 생명유지가 아니라 성장해야 한다.
성장의 속도는 개인 차가 있고 성장의 방향도 저마다 다르다는 걸 아는 게 노년의 여유이다.
2026 트렌드를 미리 훔쳐본다. 몸은 여기에 있고 정신은 앞서간다. 서점에서는 잠시 시간이 멈춰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