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 싶은 마음, 받고 싶은 마음' 선물의 정의이다. 주고 싶은 마음과 받고 싶은 마음이 일치할 때 선물은 제 가치를 발휘한다. 주기만 하면 자칫 공허해지기 쉽고 받기만 하면 귀함을 알지 못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지 않은가? 산타클로스도 착한 아이에게만 선물을 준다. 아프리카 난민을 보며 무조건 돕고 싶은 마음도 그들이 겪은 고난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들이 당한 고난의 대가인 셈이다. 공짜가 아니다.
흔히들 선물은 마음의 표시이고 대가가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마음을 표시하고 싶다는 건 그럴만한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쓴 약을 코팅하여 먹기 좋게 만드는 것처럼 선물은 포장을 잘한 일에 대한 보상이다. 이런 표현이 삭막하기는 하지만 사실이다. 객관적으로 크고 좋은 선물을 받은 사람이 고마운 줄 모르고 불만스러워할 수 있고 남들이 보기엔 보잘것없는 선물이 감동을 주기도 한다. 부잣집 삼촌이 주는 용돈 5만 원은 그 자리에서 팽개치고 싶었다는 말을 종종 듣지만 외할머니 고쟁이에서 꺼낸 꼬깃꼬깃한 돈 만 원은 감히 쓸 수도 없는 귀한 돈이 된다.
여러 사람이 축하해 주는 선물, 상도 그렇다. 상을 받을만한 업적이 있어야 받을 수 있고 업적의 크기에 따라 상의 종류도 달라진다. 자격이 필요하다. 선물과 상의 차이라고 하면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차이라고 할까?
선물은 개인의 사심이 담기고 상은 공적인 잣대가 필요하다. 사심이 큰 선물은 뇌물로 따로 구분하여 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선물은 조건이 사적이고 변수가 많지만 상은 공정해야 한다.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뿐만 아니라 보는 제 삼자도 인정할 수 있어야 가치가 인정 된다. 사회가 혼탁할수록 상의 의미도 퇴색된다. '짜고 치는고스톱'이라며 대중의 외면을 받는다. 상이 공정할수록 사회는 더 아름다워진다.
이번 연말, 나는 작은 상을 받았다. 나로서는 그동안의 노력이 작은 결실을 맺은 것이라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상을 받으며 나는 세 부류의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사람이 가장 많았고 상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이 나이에는 상을 받기보다는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나이 를 핑계를 삼았지만 아마 가지지 못한 것을 깍아 내리려는 여우의 신 포도 같은 심보였으리라 짐작한다. 세 번째는 상은 온갖 비리의 온상이고 끼리끼리 주고받는 상에 나는 들러리였다며 측은해하는 사람이다. 공모전 출품작도 유명 작가의 퇴고를 거친 작품들이 당선된다는 소문이 근거였다.
순간 기분이 나쁘기는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같이 수상한 사람들이 의심스러워졌다. 순수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 타인의 도움을 받은 작품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사람들의 들러리였다는 사실도 기분 나쁜데 자칫하면 나도 같은 오해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100% 내 작품이 오염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곧 진정할 수 있었다. '원판 불변의 법칙'이 생각났다. 원작품이 괜찮았기에 조금 손을 보아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 공정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가능성을 키워 줄 수 있는 일이다. 실력을 조금 더 키워 더 잘 써서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면 된다.
실력은 도망가지 않는다. 흔들리긴 하겠지만 쓰러지진 않는다. 뿌리 깊은 실력을 기를 일이다. '바람에 흔들리되 뽑히지 않으면 더 곧추설 수 있다. 노력이라는 선물을 주면 실력이라는 선물을 받을 수 있다 . 이번 연말에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자 받는 선물이기도 하다. 내가 나에게 주는 상이자 받는 상이 된다. 가장 많은 축하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