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청하문학상 시상식 및 2025년 등단 신인 축하 모임이 2025년 12월 20일 오후 2시, 재단법인 한국문학진흥재단과 청하문학회 주최로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 개최되었다.
올 연말은 내게 유독 특별하다. 문단의 새내기로 다시 태어 났기때문이다. 이제 막 등단 첫 발자국을 떼며 "작지만 큰 발자국"이라 했던 닐 암스트롱의 말을 실감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문학회 행사는 남의 일처럼 멀기만 했는데 올해는 내가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주인 의식을 가진 '호스트'가 된 기분이다. 그동안 문학회 행사 때마다 조금씩 안면을 튼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등단이라는 통과 의례를 거치며 느낀 소속감과 부끄럽게나마 말미에 올린 내 수상작품들로 문학회 회원들과 조금 가까워지기도 했다. 연말에 이어지는 시상식의 주인공들이 이제는 막연한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은 소중한 '동료'로 다가온다. 축하를 받아본 경험 덕분이다.
내 첫 시상은 지금 생각해도 무모했다. 문학상에 대한 사전 지식도 없이 등단 전에 도전할 수 있는 공모전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그 무모함 덕분에 먼 통영까지 인연이 닿았고 그 경험은 알게 모르게 내게 큰 힘이 되었다. 특히 바쁜 와중에도 통영까지 동행해 준 선배 문우 덕분에 실수 없이 큰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
지나고 보니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형국이었다. 조금 더 알았더라면 감히 도전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 천방지축 후배를 위해 귀한 시간을 내어준 선배가 있었으니 내겐 홍복(洪福)이라 할 수밖에 없다. 어떤 말로도 선배에 대한 고마움을 다 표현할 길이 없다. 그런 선배가 이번 연말 '청하 문학회'에서 작품상을 받는다. 누구보다 먼저 열 일을 제쳐두고 축하하고 싶었다.
청하 문학회는 고(故) 성기조 선생님이 생전에 일구신 단체로, 선생님이 영면에 드신 지금도 문하생들이 그 뜻을 기리며 꿋꿋하게 이끌어오고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선배는 늘 미소를 잃지 않는 단아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킨다. 수줍고 연약해 보이지만 기실 그녀는 누구보다 단단하고 명철하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의리가 있으면서도 결코 자신을 두드러지게 내세우지 않는다. 뒤에서 묵묵히 그러나 과감하게 일을 처리하는 능력자다. 그녀를 보면 나는 '공작의 머리'가 떠오른다. 사람들은 화려하게 펼쳐진 공작의 날개에 환호하지만 그 날개를 펼치기 위해 중심을 잡는 것은 작은 머리다. 화려함에 묻혀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공작을 버티게 하는 진정한 힘은 그 머리에서 나온다. 작은 머리가 중심을 잡아주기에 화려한 날개도 마음껏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날개 너머 머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그녀가 여느 단체에서나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유이다.
나는 예민한 감각도, 앞을 내다보는 예견 능력도 부족하다. 남보다 많이 쓰고 노력해도 타고난 재능을 가진 이들을 따라가기 벅차다. 요즘은 '노력 또한 재능'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질과 양이라는 벽 앞에서 꾀를 부리고 싶어질 때마다 . "그건 선생님만이 가진 장점이에요.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겁니다."그녀의 격려가 나를 일으켜 세운다
이번 시상식을 지켜 보며 그녀와 보낸 통영에서의 이틀이 어제 일인양 선명해졌다.마치 내가 상을 타는 것처럼 뿌듯한 마음이다. 소속한 문학회를 떠나 우리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 하나가 된다 글을 쓴다는 것은 함께 가는 길이라는 축사가 나와 그녀를 위한 것 같기도 하다. 축하하는 마음 뿐 그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지만 이번 시상식에서 내가 본 것은 공작의 우관처럼 단단한 그녀의 모습이다 새내기로써 내가 본받아야 할 모습이었다.
그녀가 중심을 잡고 있기에 청하 문학회는 앞으로도 공작의 날개처럼 화려하게 비상할 것이라 믿는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훌륭한 작가인 그녀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나 또한 그 발자취를 겸허히 따라가고 싶다.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도 절을 한다' 더니 오늘은 성지역사박물관의 독특한 건축물도 유난히 눈에 들어 온다. "꼭 다시 와 봐야지" 선언을 하는 건 지금의 마음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