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의 비법

by 우선열


작심삼일,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삼일을 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새해 벽두에 야심 차게 지어먹은 마음이 삼일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유야무야 되어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모두가 새해 결심을 일 년 내내 유지하여 달성했다면 이런 고사성어가 생겼을 리 없다. 더 많은 사람들이 동병상련의 감정을 경험했기에 공감대가 넓은 말로 자리 잡았다. 나만 작심삼일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자책할 필요 없다는 말이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작심삼일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면 어원에 대해 알아보자. 대처할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작심삼일 중 작심은 맹자의 '작어기심'에서 유래되었다.'처음 먹은 마음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삼일은 보통 우리들이' 많다'는 의미로 쓰기도 한다. 작심삼일은 처음 먹은 중요한 마음을 많이 지켰다는 뜻이다.

그러니 안타까워할 일이 아니다. 지어먹은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칭찬하고 삼일이나 지킨 것을 자축할 일이다. '잘했다, 좋은 마음을 먹고 많이 지켜왔구나, 이제 좀 시들해졌어도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돼' 자신을 다독여야 한다. 그렇게 작심삼일을 백 번 하면 일 년이 간다. 작심삼일을 극복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도 수없이 많은 작심삼일을 겪어 왔다. 단 한 번의 작심삼일로 끝나버린 일도 있고 서너 번 혹은 100번을 다시 했던 경험도 있다. 마지막으로 삼백 번을 넘게 다시 한 작심삼일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새벽시간 글쓰기이다.

자세한 디테일은 조금씩 변하기는 했다. 다섯 시 기상에서 네시 기상으로 다시 다섯 시 기상으로 바뀌는 정도였지만 아직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는 새벽시간을 혼자 누린다는 사실이 중요해졌다. 새벽이 좋아지니 그 시간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 혼자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내게 글쓰기였다. 이렇게 시작된 새벽 시간 글 쓰는 일에 365일이 세 번 지나갔다. 작심삼일을 365 곱하기 3번 한 셈이다. 이렇게 글로 쓰고 보니 대단한 것 같아 보이지만 그냥 좋아하는 일을 한 것뿐이다.

몇 번의 위기는 있었다. 새벽시간이 좋기는 했지만 무료하게 보낼 수는 없었다. 지루하지 않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차 한 잔을 마주하는 일에서 시작했다. 조용히 차 한 잔을 마시는 시간에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기쁨도 슬픔도 때로는 억울함도 스쳐 지나갔다. 그냥 스쳐 지나도록 두자니 아쉬워지고 소중한 시간을 기록하고 싶어졌다. 글쓰기만큼은 잘할 자신이 있었지만 막상 쓰려고 마음먹으니 잘 써지지가 않았다. 한동안 방황해야 했다. 쓸 것이야 말 것이냐를 놓고 고민했지만 새벽 기상은 놓지 않았다. 그 시간에 깨어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니 잘 쓰지 못해도 괜찮아졌다. 글 쓰는 일이 새벽시간에 할 수 있는 즐거운 일이 되었다.

잘 쓰려는 마음을 버리고 스스로 글쓰기 연습생이 되었다. 잘 쓰지 못해도 괜찮았다. 수다히 연습하다 보면 잘 써지는 날도 있으려니 마음먹을 수 있었다. 덕분에 등단을 할 수 있었으니 객관적인 평가도 받은 셈이다. 성공한 작심삼일이라 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어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나,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가'라는 당면한 과제 앞에서 새해 벽두에 나는 다시 작심삼일을 생각하고 있다. 이 딜레마를 벗어나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떤 작심삼일이 필요할까? 당분간은 여러 가지 대책을 세워 볼 것이다. 그냥 생각만으로 끝나는 일도 있고 하루 만에 팽개치기도 하고 삼일쯤 계속되는 일도 있으리라. 한두 가지쯤은 더 오래 계속할 수도 있지 않을까?

작심삼일은 그런 것이다. 삼일을 넘기기 어렵더라도 실망하거나 포기할 일은 아니다. 그냥 계속하면 된다. 그러다 보면 작심삼일을 백 번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물론 안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더하면 된다. 인디언 기우제가 100% 성공하는 비결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계속하는 일이라 한다. 작심삼일이 될 때까지 계속하는 일, 작심삼일에서 성공하는 내가 아는 비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