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목표

by 우선열

"준비가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하고자 하면 그냥 하세요, 하다 보면 어떻게든 방법이 생깁니다"

올해 책을 내고 싶지만 자신이 없다는 제말을 듣고 선생님이 해주신 덕담이다. 평소 하는 일에 빈틈이 없던 분의 말씀이라 더 의외였다. 이제 막 글쓰기 입문한 새내기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고 싶으셨나 보다. 그 뜻을 알것 같지만 아직 자신 있게 "새해 목표는 책출판입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올해 책 출판을 위해 노력해 보겠습니다 "까지 근접하기는 했다. 아직 책 출판을 하기엔 좀 이른 새내기지만 나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십년동안 써온 글들이 있다. 그중 내가 애정을 가지고 있는 글들은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전후 시대, 모두가 잘 살아보자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노력하던 시대이다. 모두가 한 가지 뚜렷한 목표를 향해 달리느라 힘든 줄도 몰랐다. 하지만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혹시 다시 돌아간다 해도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 낼 자신이 없으니 힘들게 살아온 나와 동시대의 여자들에게 '잘 했다 '한마디 해주고 싶다.


전후, 근대화의 바람이 거세던 시절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갔지만 사람들의 의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다. 당장 먹고사는 게 더 급했으니 알고 있다 하더라도 우선순위에 밀렸을 수도 있다. 당시는 '남존여비'와 '남아 선호 사상'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었다. 똑같은 일을 해도 성과는 남자들의 몫이었고 당연히 수입도 남자가 많았다. 그것쯤은 능력의 차이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도 있지만 여자들은 일할 기회조차 얻기 힘들었다. 어쩌다 일할 기회를 얻게 된다 해도 "여자가" 하는 소리가 따라다녔다. '밥은 해놓고 나오냐?" "저렇게 설치고 다니는 여자 집은 살림살이가 엉망이더라" 하는 말들이었다. 여자가 일을 하려면 집안일부터 해야 했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출근하는 남편, 등교하는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끝내고야 자기 일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고 그런 일에 대해 후회는 없다. 가족을 위해 스스로 택한 일이었으니 좀 더 잘해내지 못한 후회는 있지만 불평을 말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사회가 그런 우리들을 부끄러워하는 건 좀 서운하다 .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거나 재수가 없다는 극단적인 말은 아니더라도 흔하게 듣는 말이' 아줌마'였다. '아줌마'는 뻔뻔하고 후안무치한 여자들의 대명사로 쓰였던 것이다. 지금 우리들이 아줌마 대신 '이모' '언니'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있는 것이 아줌마에 대한 그런 평가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남편을 잃은 여자들은'남편 잡아먹은 년'이라는 소리를 종종 들었지만 상처한 남자들에게 "아내 잡아먹은 놈'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말은 속마음을 표현하는 도구이다. 사람들의 의식 속에 깊이 뿌리박힌 여성비하 사상이다. 여자들조차도 자신들의 그런 처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이기도 했다. 그런 세상을 살아낸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야기나 훌륭한 업적을 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 세월을 묵묵히 견뎌낸 사람들. 사회를 이끌어 가는 건 영웅호걸일지 몰라도 사회가 유지되는 건 그런 민초들의 힘이다

그런 사람들을 잊지 않기 위해 나와 내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들을 써보고 싶다. 아직 글쓰기 기초가 탄탄하지 않은 글들이니 활자화되려면 다시 쓰는 것보다 더 많은 퇴고를 거쳐야 하겠지만 그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글이 될 것만 같은 것이다.

배신당한 여자보다 더 슬픈 것이 잊힌 여인이라 한다. 우리 시대 여인들이 살아온 세월을 아무도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나를 슬프게 한다. 그래도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건 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나만은 기억하고 싶다.

올해 내가 책 출판을 위해 노력해 보려는 이유이다. 첫 책이 그 이야기가 될지 다른 글들을 써보고 필력이 조금 늘어난 뒤에 그 글을 써야 할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아무튼 올해 내 목표는 책을 내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 보는 일이다



**수정 제안 (퇴고)**

**완벽할 수는 없어도, 기어이 하고 싶은 이야기**

"준비가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하고자 하면 그냥 하세요. 하다 보면 어떻게든 방법이 생깁니다."

올해 책을 내고 싶지만 자신이 없다는 제 말을 듣고 선생님께서 해주신 덕담입니다. 평소 하는 일에 빈틈이 없는 선생님이 하시던 말씀치고는 조금 의외였어요. 아마도 이제 막 글쓰기에 입문한 새내기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그 뜻을 알고는 있지만, 아직 자신 있게 "새해 목표는 책 출판입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올해는 책 출판을 위해 노력해보겠습니다"라는 말까지는 근접하기는 했습니다.

아직 책 출판을 하기엔 이른 새내기이긴 하지만, 저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그동안 써온 글들이 있습니다. 그중 제가 가장 애정을 가지고 있는 글들은 바로 저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여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잘했다' 한마디,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위로**

우리가 살아온 시대는 전후(戰後), 모두가 '잘 살아보자'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노력하던 시절입니다. 한 가지 뚜렷한 목표를 향해 달리느라 힘든 줄도 몰랐죠. 하지만 솔직히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혹 다시 돌아간다 해도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낼 자신이 없습니다. 그토록 힘들게 살아온 저와 동시대의 여자들에게 진심을 담아 '잘 했다'는 한마디를 꼭 해주고 싶습니다.

전후(戰後), 근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던 때였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갔지만, 사람들의 의식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 법입니다. 당장 먹고사는 것이 더 급했으니, 사회의 불합리함을 알고 있었다고 해도 우선순위에 밀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남존여비(男尊女卑)'와 '남아 선호 사상'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똑같이 일을 해도 성과는 늘 남자들의 몫이었고, 당연히 수입도 남자가 더 많았습니다. 물론 능력의 차이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도 있겠지만, 그전에 일할 기회조차 얻기 힘든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어쩌다 일할 기회를 얻게 된다 해도, 늘 "여자가..." 하는 소리가 따라다녔습니다. "밥은 해놓고 나왔냐?", "저렇게 설치고 다니는 여자 집은 살림살이가 엉망이더라" 같은 말들이었죠. 여자가 사회생활을 하려면 집안일을 완벽하게 해내야만 했습니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출근하는 남편과 등교하는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끝내고 나서야 비로소 자기 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고, 그런 일에 대해 후회는 없습니다. 가족을 위해 스스로 택한 일이었으니까요. 다만, 좀 더 잘해내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불평을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그런 우리들을 부끄러워하는 시선은 참 서운했습니다.

**잊히지 않는 여성들의 이야기**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거나 '재수가 없다'는 극단적인 말은 아니더라도, 흔하게 들었던 말이 바로 '아줌마'였습니다. '아줌마'는 뻔뻔하고 후안무치한 여자들을 대명사처럼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지금 우리들이 '아줌마' 대신 '이모'나 '언니'라는 단어를 더 많이 쓰고 있는 것이, 당시 '아줌마'에 대한 그런 부정적인 평가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곤 합니다.

남편을 잃은 여자들은 '남편 잡아먹은 년'이라는 소리를 종종 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상처한 남자들에게 "아내 잡아먹은 놈"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말은 속마음을 표현하는 도구입니다. 이는 사람들의 의식 속에 깊이 뿌리박힌 여성 비하 사상이 얼마나 견고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심지어 여자들조차 자신들의 그런 처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사회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그런 세상을 묵묵히 살아내고 견뎌낸 여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야기나 훌륭한 업적을 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것은 영웅호걸일지 모르지만, 사회가 유지되는 것은 바로 그런 '민초'들의 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잊지 않기 위해, 저와 제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들을 써보고 싶습니다. 아직 글쓰기 기초가 탄탄하지 않은 글들이라, 활자화되려면 다시 쓰는 것보다 더 많은 퇴고를 거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배신당한 여자보다 더 슬픈 것이 잊힌 여인'이라 합니다. 우리 시대 여인들이 살아온 세월을 아무도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저는 슬퍼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압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저만은 그들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바로 올해 제가 책 출판을 위해 노력해 보려는 이유입니다. 첫 책이 바로 이 이야기가 될지, 아니면 다른 글들을 써보며 필력이 조금 더 늘어난 뒤에 이 글을 써야 할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올해 제 목표는 책을 내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 보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