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의 '지난 오늘 글'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0년 차 일상 블로거이니 지난 십 년 동안 그날 썼던 글을 읽으면 당시의 일상으로 돌아간 듯하다
평생 일기를 꼬박꼬박 써보지는 못했지만 블로그 포스트만큼은 10년 동안 하루도 빠진 적이 없다
그 글들을 읽으면 나는 마치 다락방에 쌓여 있던 옛일기 뭉치를 발견한 것 같다.
때로는 그날의 내가 낯설기도 하고 언제 이런 글을 썼을까 의문스럽기도 하다.
물론 흐뭇하고 대견해 보일 때도 꽤 있다
작년 이맘때 나는 제법 비장했다.
혼자 써오던 글을 제대로 배우기 시작하며 '범 무서운 줄 모르던 하룻강아지'의 실체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최후의 보루처럼 마음속에 남아 있던 "글 잘 쓰는 아이'라는 환상을 내려놓아야 했다.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었으므로, 60년이란 세월의 간극을 메우기는 역부족이라는 걸 알아 버렸으므로.
새해 첫날 혼자 해맞이를 감행할 만큼 다부진 각오가 필요했다.
기특하게도 나는 포기 대신 다시 '시작하기'를 선택했다.
쉽지는 않았다. 나 자신과 치열하게 싸워야 했다.
평생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혼자 하는 해맞이를 감행했으니 말이다
강릉바다를 생각하긴 했지만 혼자 갈 용기가 나지 않는 소심한 성격이다.
서울의 해맞이 명소중 하나인 삼성중앙공원에서 혼자 새해를 맞았다.
혼자지만 혼자는 아니었다
삼성 중앙 공원 가는 길은 전철에서부터 만원이었다
새해를 이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그 평범한 사실을 깨달았다.
추위도 새벽잠도 물리친 사람들은 새해라는 이름으로 그냥 그렇게 하나가 되었다
제야의 종이 울리면 옆 사람이 누구 건 껴안는다는 서양 관습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간절함 덕분이었을까?
작년에 등단도 하고 작은 상도 탔으니 글쓰기에서만큼은 성과를 거둔 한 해였다
객관적인 평가로는 일단 일보 전진이었지만 지금 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크다
첫 항해를 시작했지만 아직 목적지를 모르고 표류하는 작은 배 같다.
왜 쓰는지, 무얼 위해 쓰는지, 어떤 것을 쓰고 싶은지, 막연하기만 하다
다만 써야 한다는 오기만 남은 것 같다.
지난 해와는 달리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속도보다는 방향'이라 한다. 지금 나는 멀리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거야."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앞만 보고 내닫던 '지난 오늘 글'의 열정이 그리워진다
일 년 후, 나는 다시 이 글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기특했네, 덕분에 방향을 잘 잡았어, 이젠 앞으로 가기만 하면 돼 " 할 수 있을까?
요란스럽지는 않지만 나는 지금 작년보다 더 치열한 새해를 보내고 있는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