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끼니

by 우선열


'최애 끼니' 제목을 써놓고 한줄도 쓰지 못 하고 있다

글쓰기가 달리기 같았으면 좋겠다. 출발선에서 사인이 울리면 달려 나가는 달리기 선수처럼 글이 써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앞만 보고 달리다 골인 지점에 닿을 수 있다면 또 얼마나 좋을까?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하긴 겉보기로는 단순해 보이는 달리기도 실제 달려 보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호흡과 속도를 본인에게 맞게 조절해야 하고 바람과 햇볕과 노면 상태에 따라 컨디션이 달라질 수도 있다.

글쓰기도 그렇다. 무얼 써야 할지 글감 선택부터가 문제이다. 글감을 선택해서 그에 맞는 주제와 소재를 정하고 필요한 에피소드들의 순서를 기승전결에 맞게 정리해야 한다. 쓰고 싶은 글이 있다 할지라도 어느 부분에서부터 써야 할지 어디까지 써야 할지 정해야만 한다. 글을 쓰려 책상 앞에 앉으면 이런저런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당면하게 된다

'최애 끼니' 제목을 써놓고 나는 공부 시작하기 전 책상 정리를 하고 연필을 깎던 부산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있다. 차 한 잔을 만들고 머리를 빗기도 하고 주변에 있는 책장들을 넘겨 보기도 한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최애 끼니'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부터 생각나는 일이 있기는 했지만 그건 제목의 취지에 맞지 않는 일인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맛있는 한 끼 식사를 했다는 내용이 아니라 그런 식사를 할 수 없는 사연이 먼저 떠올랐다. 그 내용도 마음속에 도사린 쓰고 싶은 글이긴 하지만 아직 겉으로 들어낼 만큼 성숙되었는 지도 의문이다.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인데 써낼 자신이 없었지만 결국 이렇게 쓰기 시작했다

올해 새해의 시작은 우울했다. 새해의 각오나 희망, 계획들을 생각할 틈도 없었다. 연말에 전해진 형부의 발병 때문이다. 이런 일이 일어 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우리는 종종 그런 일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으니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건만 알고 있다고 해서 줄어드는 절망과 슬픔은 없다. 섣불리 알고 있어서 두려움이 더 클 수도 있다.

형부의 투병은 먹는 일에서 시작되었다. 떨어진 기력을 회복해야 치료를 시작할 수 있건만 형부는 물 한 모금 넘기기도 힘들어하신다. 미식가이던 형부를 생각하면 더 마음이 아프다. 좋아하는 음식을 즐기시던 형부의 행복한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얼굴을 찌푸리며 멀리 음식을 밀어내신다. 먹어야 한다는 현실을 알고 있건만 할 수 없는 형부는 얼마나 답답하실까? 어떻게든 한 숟갈이라도 먹이고 싶은 언니 마음과 그렇게 할 수 없는 형부의 절망을 속수무책 바라보아야만 한다.

그렇게 새해를 맞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먹고 자고 울고 웃으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다만 맛있지는 않다. 무얼 먹었는지 기억에도 없다. 새해를 맞으며 그동안 먹은 음식 중 최애 음식을 고르는 일은 글감을 늘어놓고 무얼 어떻게 써야 할지 컴퓨터 앞에서 끙끙 거리고 있는 내 모습 같다. 결국 나의 최애 끼니는 맛 있는 음식이 아니라 함께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순간이었다. 형부가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고 우리 곁으로 건강하게 돌아 오는 날, 나의 최애 끼니라는 글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