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밤은 인공 태양으로 시작된다.
수 만개의 불빛에 어둠이 사라지고 사람들은 저마다 불나방처럼 자신의 태양을 향한다.
곱고 휘황한 네온 불빛의 세계가 펼쳐진다.
유난히 고운 개살구를 먹지 못하듯 도시의 불빛은 안식을 잃는다.
날개를 잃으면서도 태양을 향하는 이카루스처럼 사람들은 쉼을 잃은 밤에 열광한다.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나만 깨어 있는 듯한 밤의 시간이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태양보다는 나만을 위한 밤의 불빛이 좋았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인 줄 알았다.
도시의 불이 켜지면 눈이 반짝 떠지고 의식이 명료해졌다.
또 다른 내가 되는 시간이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나만의 공간이었다.
아무도 보는 이 없는 곳에서 나는 수 백 개의 내가 되었다.
나였지만 내가 아니었다.
누구의 불빛이 찬란한가 끝없이 비교해야 했다.
휘황찬란한 불빛만 찾아 헤매었다.
글 잘쓰는 아이라는 명성에 휘둘려 한줄 글도 쓸 수 없었다
광합성이 되지 않는 밤의 불빛은 수많은 나를 만들었지만 키우지는 못했다.
하루살이처럼 하룻 밤사이에 없어지는 허상이었다.
자유라 생각했지만 자유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책임과 의무가 없는 자유에는 노력이 따르지 못했고 그 대가는 혹독했다.
시지푸스의 바윗돌처럼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글 잘 쓰는 아이를 내려 놓아야 했다
밤의 시간을 헤쳐 나오며 혹독한 성장통을 치러야 했지만 그 시간을 사랑한다.
그 일은 심봉사가 눈을 뜨듯 느닷없는 일처럼 보였지만 청이의 희생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불빛이 나를 깨웠을 것이다.
나는 이제 동트는 시간에 깨어난다.
하루분의 피로를 잠재우는 밤 시간을 보내고 맞는 새벽은 하루의 시작이다.
새벽마다 정화수를 떠놓던 어머니의 심정으로 하루를 맞는다.
나를 찾는 시간이다.
나는 글쓰기 연습생이 되어 밤의 불빛에 열광하던 내 모습을 돌아 본다.
밤의 불빛에 현혹되어 보낸 시간만큼 나는 미성숙이다.
그를 인정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속이 텅 빈 대나무 같기도 하고 키만 훌쩍 큰 콩나물 같기도 하다.
속이 빈 대나무는 대쪽 같은 절개의 상징이 되고 키만 훌쩍 큰 콩나물은 서민 밥상에 없어서는 안 될 식재료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려 한다.
아직 덜 성숙했으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기회는 내 몫이니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다.
밤의 휴식을 끝내고 맞이하는 지금의 새벽과 같다.
더 이상 밤의 불빛에 휘둘리지는 않지만 이따금 밤마실을 감행하기도 한다.
도시의 밤에 명멸하는 인공 불빛은 모조 다이아처럼 휘황하지만 새벽을 대신할 수는 없다.
곧 제자리를 찾는다.
나만의 다이아를 연마하는 시간이 된다.
다시 글쓰기 연습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