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만들기

by 우선열

인연은 만드는 걸까. 우연일까? 70년을 넘게 살았어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제12회 피천득 기념사업회 정기 총회에 참석하게 된 것부터 사연이 많다. 등단 이후부터 자의 반 타의 반 문학 모임 가입이 많아졌다. 글을 쓰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기쁨은 좋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친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가입하려는 생각과는 달리 호기심도 발동하고 유혹도 뿌리치기 어렵다.

'수필은 학이요 난이요 청자연적이다' 학창 시절부터 외고 있던 피천득 선생님의 문구이니 그 문학회는 당연 호기심의 대상이었지만 등단 새내기임을 감안하여 행동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세미나에 몇 번 참석하며 꾸준히 탐색 중이었다. 정기총회라는 모임의 성격이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세미나 참석 경험이 위로가 되었고 참석하겠다는 몇몇 문우들이 있어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격이었는데 또 다른 친구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건 우연히 분명하다. 그냥 옆자리에 앉게 된 것뿐이었는데 눈이 맞았다고 할까? 다소 통속적인 표현일 수 있지만 다른 이유를 찾을 수는 없다. 20여 명의 신입 회원 중 연령도 경륜도 취향도 달라 보이는 4명이 옆자리에 앉았다는 것만으로 여섯 시간 이상을 같이 하게 되었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는 것뿐 우리는 글쓰기 초보에서부터 문학상 작품상 수상자까지, 유명 블로거와 잘 나가는 브런치 작가도 있는 다양한 경험의 소유자들이었다. 나는 중간쯤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겨우 등단했으나 독후감 공모전에서 입상한 바도 있으니 초보 글쓰기는 면한 셈이다. 작가로 불러주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블로그는 로직도 제대로 모르는 이름만 블로거이지만 벌써 11년 차이다. 성과에 관계없이 연륜은 무시할 수 없는 처지이다. 브런치는 새내기로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으니 갈 길이 멀기만 하다. 막상 써놓고 보니 나는 중간치를 밑도는 위치인 것 같다. 세명 모두에게 배워야 할 것만 보인다. 지나가는 행인 3명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는 공자 말씀을 강조하며 비집고 들어가 보련다. 여러 가지로 못 미치는 면이 보이련만 기꺼이 받아준 겸손한 인품들이다. 부족한 내게서 배울 것을 발견하는 일은 그들의 몫이라며 뱃장도 부려 보련다.

우리는 우연히 만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서로 피천득 세미나에 참석했었지만 스치고 지나갔으니 우연 속에 숨은 필연일지도 모른다. 다만 인연을 가꾸어 가는 일은 우리에게 달렸다. 연령도 경륜도 서로 다르지만 글을 쓴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어 가는 그 조심스럽고 아름다운 일을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