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는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흥행 1 위를 이어가고 있다.
장항준 감독의 인기를 가늠케 하는 감동이 있다
믿고 보는 배우 유해진의 연기력은 물론 단종, 한명회 등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 낸 배우들의 열연이 감동을 만든다.
눈물이 고이는 슬픈 이야기를 웃으며 본다.
왕족으로 태어나 왕이 될 운명이라 겪어야 했던 참혹한 친족 간의 사투에서 속절없이 죽어 간 어린 왕, 단종이다.
그 슬픈 이야기는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나 벗어날 수 없는 짐이다.
시대적 배경, 역사의 흐름, 온갖 핑계를 늘어놓아도 어린 생명에게 가해진 가혹한 운명의 죗값을 씻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영화에는 마음을 적시는 인간애가 있고 감독 특유의 해학이 살아 있다.
설 연휴 가족 동반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내가 단종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지난여름 작가회에서 영월 청령포를 다녀온 후였다.
지나는 길에 잠시 들린 코스였지만 메인 여행지보다 더 마음에 남아 있었다.
강으로 둘러 싸인 육지 속의 섬, 좁은 면적에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험한 산세, 지척이건만 걸어서 갈 수 없는 물길은 단종애사가 아니더라도 이야기가 튀어나올 듯했다. 다시 가보리라 마음을 다잡으면서 아끼는 사탕 하나 숨겨 놓은 듯했다. 날이 풀리면 다시 가보리라 마음을 달래던 참이었다.
이야기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이의 마음이 합쳐질 때 다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건 아닐까?
영화를 보며 나는 단종이 되었다가 단종을 돌보는 유모가 되었다가 그를 보살피는 엄흥도가 되기도 하고
괴롭히는 한명회가 되어 보기도 했다.
16살 단종을 이해하려면 그들을 모두 알아야 할 것 같았다
내 그릇만큼 밖에 볼 수 없었지만 16살 소년의 고뇌가 가장 힘겨웠다
자아가 성립될 나이이자 주변도 살필 줄 아는 나이 16세이다. 아이가 아닌 임금의 자리라는 무가운 짐을 짊어진 삶의 무게를 어찌 감당할 수 있었겠는가. 어린 임금은 선위를 할 수 있었지만 16살은 주변도 보살필 줄 알아야 하는 나이이다. 들끓는 심사를 절해의 고도와 같은 육지 속의 섬에서 달래야 했다.
청령포는 지정학적 위치 라기보다 16살 단종의 마음으로 깊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