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네

by 우선열

투덜이 스머프가 분명하다. '시대를 거스를 수 없으니 늙은이들이 신문물을 익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탕후루니 마카롱이니 하는 정체불명의 디저트가 나오면 눈살이 먼저 찌푸려진다. 싱싱한 과일에 설탕을 입히는 것도 못마땅하고 먹거리에 분칠해 놓은 듯한 마카롱도 마땅치 않다.

그런 정체 모를 간식거리에서 벗어나 K 식품이 유행이라더니 이번엔 두쫀쿠라 한다. 두바이에서 온 초콜릿이라던가? 국적도 불분명한 것 같다. 이름은 두바이에서 유래했다지만 쫀득한 식감이 우리의 떡과 닮았다나? 한류의 영향으로 우리의 입맛이 세계를 사로잡은 덕이라 한다. 명분은 그럴싸한데 생긴 모양이며 이름이 국산 같지 않다. 공연히 심사가 뒤틀려 불평 먼저 쏟아져 나오지만 시대에 뒤떨어질 수는 없지 않은가? 슬그머니 호기심이 고개를 쳐든다.

쓸데없는 고집 때문에 탕후루도 맛보지 않았고 마카롱도 내가 구입해 보지는 않았다. 못 이기는 척 다른 사람에게 얻어 맛을 보았을 뿐이다. 이건 시대에 맞춰가려는 사람의 태도는 아닌 것 같다. 앞서가지는 않더라도 맞춰 갈 수 있도록 노력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두쫀쿠를 기웃거리고 있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초코파이 반만 한 크기가 7000원이 넘는다. 물가 상승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건 지나치다. 식후 디저트 하나에 한 끼 식사값을 지불할 수는 없다. 오기를 부리고 있는데 그게 이마트에 나타났다. 일일 한정 한 사람당 두 개만 공급된다는 설명이 붙어있고 가격도 견딜만하다.

마침 그 시간에 이마트에 들린건 행운이었다. 순진하게 두 개 집어 들고 보니 옆에 있던 젊은 여자가 네 개를 집는다. 하마터면" 일 인당 두 개래요" 할 뻔했다. 늙은이 오지랖이랄 게 뻔하다. 겨우 입술을 깨물고 자리를 물러나며 '할렐루야'를 속으로 외친다. 이건 웬 변덕인지 모르겠다. 온갖 불평을 늘어놓던 두쫀쿠 하나를 손에 넣고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하다. 아무튼 이렇게 두쫀쿠가 내 손에 들어왔다.

혼자 먹을 수는 없다. 인증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고 맛있는 건 나누어야 더 맛있어진다는 진리쯤은 알고 있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아들이 제일 생각났지만 맛에 진심인 아들 녀석은 이미 맛보았을 것이다. 어미에게는 구수한 곰국이 최고라고 믿고 있을 아들에게 혼란을 줄 필요는 없다. 나누고 싶은 친구가 있으니 다행이다

7천 원이 넘는 가격에 눈살을 찌푸리던 친구는 반 값에 구입했다는 말에 안심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같은 시대를 살아온 동병상련의 정서이다. 두 개지만 한 개를 반으로 나눠 둘이 조금씩 맛본다. 전후세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절약정신이자 혹시 입맛에 안 맞을 경우를 위한 대처법이다.

생각보다 달지 않다. 쫀득한데 뭔가 걸리는 듯하다. '그럼 그렇지 입맛에 맞을 리가 없지' 했지만 의외로 독특한 식감이 마음에 든다. 내가 좋아하는 코코넛 초콜릿을 닮았다 "괜찮네" 내 말에 "고급 진 맛이야"미식가 친구의 화답이다. 투덜이 스마트의 총평이'괜찮네' 이면 두쫀쿠는 우리 찰떡의 변신인 게 틀림없다. K 푸드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