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동계 올림픽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벌써부터 올림픽이 끝나면 무슨 재미로 사나 걱정이 앞선다.
은반 위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피겨 스케이팅과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여러 종목을 관전하는 재미도 있지만
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종목은 단연 스피드 스케이팅이다. 이것이 동계 올림픽의 꽃이라고 감히 말해 본다.
물론 어느 종목 어느 선수가 제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선수마다 특징이 있고 개성과 실력을 갖추고 있다. 올림픽에 참가할 수준이라면 실력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구나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우수한 선수들이다. 다만 성적은 실력순이 아닐 수도 있다. 그날의 컨디션이 영향을 줄 수도 있고 뜻하지 않은 사고가 있을 수 있다. 운칠 기삼이라 한다. 실력이 우승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우승의 전제조건일 뿐이다.
내가 최민정 선수를 처음 만난 것은 2018년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출전 선수들의 인터뷰 자리였다. 그때 그녀는 19살이었고 올림픽 처녀 출전을 앞두고 있었다. "나보다 더 열심히 연습한 사람이 있다면 금메달은 그 사람의 것입니다" 그녀의 말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듯한 느낌이었다. '이 선수는 틀림없이 금메달을 따겠구나' 생각했다.
평소의 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예지력이 둔감한 편이다. 꿈이 맞다던가, '내 그럴 줄 알았어'하는 친구들이 부럽다. 내 예상은 번번이 빗나가기 일쑤이다. 대통령 선거를 할 때도 '내가 안 찍어야 원하는 후보가 당선될 것만 같다' 투표지 앞에서 한참 망설이다가 마지막에 할 수 없이 원하는 후보를 찍고 만다. 번번이 고배를 마신다. 섣부른 내 판단 때문인 것 같아 혼자 민망해진다.
그런 내가 최민정 선수를 응원하면서 '혹시'하는 염려가 생겼지만 나의 예지력이 아니라 그녀의 말을 믿기로 했다. 자신의 우승을 예언하는 공허한 말이 아니었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진부한 말도 아니었다. 허세도 아니었고 겸손도 아니었다. 자신의 노력을 믿는 담담한 사실이었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 한마디에 그녀가 잔다르크처럼 용감해 보였다.
살면서 내 예지력이 제대로 발휘한 건 이때가 처음이다. 그녀는 매번 올림픽마다 매달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번엔 부상으로 인한 일 년 여의 공백이 있었음에도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 주었다. 평소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숙연해진다.
나는 요즘 내 일에 대한 불만이 생길 때마다 이 말을 대입해 본다. '나보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있다면 성공은 그 사람 몫이다'. 대부분 깨갱 꼬리를 내리게 된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나는 연습이 더 필요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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