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힘든 일은 부하들을 시키지" 테니스를 치는 외국인 보며 고종황제가 한 말이라고 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 정황은 이해한다. 나도 요즘 유행하는 tv 예능 프로를 보며 "다른 사람 노는 걸 왜 보고 있지? 하고 만다. 대리만족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못 하더라도 내가 한번 하는 게 낫다'라고 생각한다.
해 보면 그제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언뜻 보기엔 그냥 하면 될 것 같은 운동도 요령과 연습이 필요하다. 눈으로 보고 익히고 따라 해야 잘할 수 있다. 무작정 따라 하는 것보다는 잘 관찰하고 방법을 눈으로 익혀 놓으면 몸이 훨씬 잘 따라 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보고 배우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칸트는 동네 밖을 나가 본 적이 없지만 미국 금문교 다리 위에 낙서까지 알고 있었다고 한다. 책에서 터득한 지식이다. 운동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쳐 본다는 것은 안다는 것의 전제 조건이다.
'다른 사람들이 노는 걸 왜 보고 있지?' 하는 말은 내 성향을 잘 나타내는 말일 수도 있다. 그건 빨리빨리 시대를 살아온 사람의 조급성 때문일 수도 있겠다. 무조건 해보고 안되는 점을 깨닫고 나서야 천천히 보고 깨우친다.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직접 해보면 눈으로 볼 때보다 빨리 깨우칠 수 있기는 하다. 단점은 정확하지 못한 방법이 먼저 몸에 익을 수 있다. 처음 익히는 것보다 잘못된 걸 다시 고치는 것이 더 힘들기 마련이다. 백지에는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낙서가 되어 있는 부분을 지우려면 그만큼의 노력이 더 들게 된다.
깨우쳤다고 바로 행동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몸에 밴 습관을 고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5분 먼저 가려다 50년 앞서간다' 하던 교통사고 표어도 있다. 이건 글 쓰는 습관에도 적용된다.
글쓰기 연습을 하리라 작정하고부터 읽기보다는 무조건 쓰기에 집중하고 있다. 얼마간은 잘 버틸 수 있었다. 쌓인 경험들이 있었고 나름의 방법도 있었으니 익숙한 대로 무작정 써 내려갈 수 있었다. 배트만 휘두르면 홈런이 터질 줄 알았다. 얼마 안 가 비어가는 창고를 느낀다. 여물지 못한 곡식만 거둬드린 듯하다. 남의 경작방법을 보고 미리 익혀서 했더라면 시행착오가 줄어들었으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많이 읽어야 한다. 창작은 모방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스포츠 직관은 다른 사람의 함성까지 들을 수 있다. 우물 안에 갇힌 것처럼 자기 세계에 빠져 있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잊었던 읽는 즐거움을 다시 찾는 기쁨도 있다.
AI도 마찬가지이다. 강 건너 불 보듯 관심을 주지 않았다간 다시 한번 시대에 뒤떨어진다. 고종 황제처럼 굳게 문을 닫아 걸게 아니라 두려워하지 말고 보고 익혀야 한다. 세상을 살아내는 가장 기초적인 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