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릉에 개나리가 피고 진달래도 피고 봄이 온다

by 우선열

선정릉에 봄꽃이 피었다.

봄꽃이 선정릉에만 피었을 리 없고 이제야 봄이 시작된 것도 아니련만

내 마음엔 선정릉에서 봄이 오는 것만 같다.

선정능에는 지금 꽃보다 예쁜 새싹들이 초록 은하수처럼 반짝이고

저마다 가장 예쁜 모습으로 피어나는 꽃들이 있건만 내게 봄꽃은 개나리 진달래이다

길가에 예쁘게 핀 목련화에 감탄하지만 그냥 아름다운 꽃이다

개나리 진달래가 피어야 봄 같다.

상식으로야 야산에 핀 진달래와 개나리가 제격이지만 세상 일이 이치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내게는 선정릉 꽃들이 제자리인 것만 같다

귀한 신분이었던 왕릉이 있는 곳과 가장 서민적인 개나리 진달래가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좋아하는 데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과 같다


나는 선정릉에 이렇다 할 인연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냥 보통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지는 왕릉에 대한 경외심과

도심에서 마음을 내려 놓을 수 있는 편한 공간이라는 것 뿐이니

내게 가장 친근한 꽃인 개나리 진달래가 그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 공연히 좋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런 대책 없는 내가 좋다.

이런 나를 보고 '돈이 나와 밥이 나와"라고 측은히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니 그런 말을 들으면 이런 내가 한심해 보일 때도 있다

좀 더 이악스러워지고 싶기도 하다.

그러다가 많은 걸 가지고 있는 사람의 이악스러운 모습을 보면 주제넘게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천석 꾼은 천 가지 걱정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란 말이 떠오른다

아무 근심 없이 개나리 진달래에 환호하는 나로 살기로 한다


개나리 진달래가 피는 선정릉에 오면 고향에 온 것만 같다

지체 높으신 왕 들이지만 수백 년이 흐르고 난 후이니 신분을 떠나 까마득한 후손이 기특하지 않을까?

마음 놓고 어리광을 피워도 어여삐 여기실 것만 같다.

온갖 봄꽃들이 피어나는 선정릉이지만 개나리 진달래를 보며 비로소 나의 봄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