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바닷바람은 습하고 차가웠다. 허술한 유리창을 흔드는 바람은 마치 '폭풍위 언덕'에 히스 크리프의처럼 원혼이 되어 떠도는 듯 음울했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을 동경하던 산골 처녀가 당면한 낭만이 아닌 현실이었다. 세상은 종종 그렇게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그날의 청년들도 그랬을 것이다.신성한 국방의 의무라지만 휴전 중이다. 습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육지의 꽃바람을 그리워 했을 것이다.의무라는 현실을 묵묵히 감내하며 뒤에 펼쳐질 자유의 시간들을 그릴 수 있었겠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를 외치고 쓰러진 서양 소년병처럼 미처 예기치 못했던 일이었다. 무차별 포격이 가해지고 말았다. 포화가 쓸고 갔으며 피바람이 불었다. 꽃다운 청춘에, 아름다운 미래에 대한 그림으로 꽉 차 있을 시간에 닥쳐 온 현실이었다.
그러나 청년들은 의연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감당해 나갔다. 55인 꽃다운 청춘들의 생명이 바다에 묻혔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평화의 대가이다.
제2연평해전, 천암함 피격, 연평도 포격전, 세 차례의 교전이었다. 언제 또 이런 일이 생길지 모르는 위험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여전히 우리를 지키기 위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청년들이 거기에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다시 또 우리의 청년들이 희생 당해서는 안 된다 ' 외치는 마음과는 달리 내 목소리는 공허하다' '사는 게 바빠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부끄러운 변명이 앞선다.
소수의 영웅이 세상을 이끌지만 지탱해나가는 것은 소시민들이다. 우리의 마음이 합쳐져야 한다. '그들의 희생을 기르는 일, 졸지에 자식을 잃은 부모형제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 작아 보이지만 소중한 일이다. 그들의 영혼이 히스 크리프처럼 원혼이 되어 떠돌지 않도록 우리의 마음을 다하여 그들을 보살피고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마음속에 그들이 살고 있는 한 그들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