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다가가기

by 우선열

'글을 읽어 주는 사람이 있어야 생명력을 얻는다'

'읽히지 않는 글은 죽은 글이다'.

글쓰기를 하면서 자주 듣는 말이다

겸손을 미덕으로 알던 우리 시대의 정서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우리는 "부끄러운 글'이라며 숨기는 것이 미덕이었다.

좋은 글은 굳이 자랑하지 않아도 낭중지추(囊中之錐)처럼 스스로 존재가 드러나기 마련이라 배웠다.

홍보는 스스로 하는 게 아니라 남이 해주는 것인 줄만 알았다.

브런치에 써 놓기만 하면 쓰는 내 사명은 다한 것이고 다음은 읽는 사람의 몫이라 생각했다.

아직은 부족한 글이니 읽히지 않는 것이 당연한 줄로만 알았다.


언젠가 "읽고 평해 줘" 문우의 부탁을 받으며 의기양양했다.

내게만 하는 청인 줄 알았다. 자신의 글을 부탁해도 좋을 만큼 인정받는 사이가 된 것만 같았다.

나도 조심스레 내 초고를 그 문우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 그는 초고를 나를 포함한 모든 문우들에게 전했고 감상평까지 부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애매한 글에 답을 못하고 있는 내게 서너 번 채근을 하기도 했다.

그의 글은 그렇게 퍼져 나갔다. 그누군가는 그의 독자가 되기도 하고 물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그제야 '글은 읽는 사람들 몫이다'라는 유명 작가의 말이 떠올랐다

쓰는 건 작가지만 읽고 평가하는 건 독자이다

독자의 마음에 닿아야 좋은 글이 된다

마음이 닿는 독자를 찾아내는 일, 그때까지가 쓰는 자의 역할이다.

독자에게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


깨우쳤지만 안다고 바로 행동할 수 있는 건 니었다.

방법을 모르기도 했지만 고착화된 습관에서 벗어나는 일이 더 어려웠다.

무엇 보다 어려운 건 역시 부끄러움을 무릅쓰는 일이다

부족한 내 실력을 고스란히 드러낼 용기가 없었다.


세상엔 영웅호걸만 살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에 눈 떴다

평범한 사람들이 유지해나가는 세상이다. 부족한 대로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서툰 나를 인정해 줄 수 있는 더 많은 사람들, 그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그런 나를 품어줄 사람이 단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는 한 사람의 독자가 생기는 것이다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나 자신을 알려야 한다

내가 쓰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거기까지가 쓰는 자의 몫이다

읽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독자가 선택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내글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겸손은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낮추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