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맛있는 레시피, 정성 한스푼

by 우선열

음식 맛이 정성이던 시대는 지났나 보다. 평생 가족들 입맛을 맞추던 주부들의 입에서도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 한다. 이건 주부들 탓이라기보다는 시대의 변화 때문이다. 맞벌이가 대세이니 더 이상 집안일이 주부의 영역은 아니다. 바쁜 아침 시간에는 밥 먹을 시간조차 부족한 것이 현대인의 삶이다. 간편하게 시리얼이나 빵 한 조각 입에 물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 우유나 커피 한 잔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하루 종일 격무에 시달리다 녹초가 되어 퇴근하면 먹는 것보다 쉬는 게 좋다. 정성을 기대하기 힘든 세상이다.

엄마의 손맛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걱정할 것 없다 우리에겐 셰프의 솜씨가 있다. 마트에 가면 유명 셰프들의 솜씨를 담은 밀키트를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된장찌개부터 파스타나 스테이크까지도 간편하게 불 위에 올리기만 하면 먹을 수 있다. 정확한 레시피로 검증된 맛이 보장된다. 이건 맞벌이 부부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핵가족 시대, 부부나 독신이 많은 세상이다. 1,2인분의 식사를 마련하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를 하면 배보다 배꼽이 크다. 소량 재료 값이 비싼데 그나마 반 이상 남게 되면 음식물 쓰레기가 되기 쉽다. 쓰레기 처리에도 돈이 드는 세상이다. 밀키트가 딱이다. 맛도 보장되고 절차도 간편하고 비용도 절약되며 설거지가 필요 없다. 간편한 세상이다.

정성 들여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매의 안목으로 맛있는 밀키트를 고르는 센스가 필요하다. 대부분 들어 간 재료와 셰프들의 약력이 기록되어 있으니 꼼꼼히 살피기만 해도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을 수 있다. 이젠 엄마 입맛을 그리워하는 시대가 아니라 유명 셰프의 음식 맛을 기억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지만 달콤하고 부드럽고 향기로운 초콜릿 만 먹을 수는 없다. 쓰고 거친 음식이 몸에 좋다 한다. 제과점에 예쁘게 장식된 화려한 케이크도 좋지만 길거리에서 김이 폴폴 나는 술빵 한입 베어 무는 행복도 마다할 수는 없다. 한때 겨울이 되면 편의점마다 나타나던 호빵 기계들을 이제는 보기 힘든다. 집집마다 저마다의 레시피가 있는 찐빵이 대기업의 호빵을 물리치고 골목마다 자리 잡고 있다.

요즘은 어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요리 강좌에 몰려든다는 소문이다. 은퇴 후 남자들이다. 평생을 부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여자들에게 음식 만들기가 노동이지만 돈 버느라 가정에 신경 쓰지 못했던 남자들이 은퇴 후에 가정으로 돌아와 만드는 아빠표 음식은 새로운 도전이자 가족을 향한 사랑이다. 세상은 변하지만 정성이 든 음식은 우리를 떠나지 못하나 보다. 맞벌이 세대의 아이들은 어떤 음식을 그리워하게 될까? 분명한 건 돌고 돌아도 정성이 깃든 음식이 우리를 살게 한다. 정성 한 스푼, 어떤 레시피보다 강력한 조미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