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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팅 Mar 28. 2023

백수[百獸]의 왕이 될 백수[白手]

자발적 백수의 삶

2022년 12월 31일 새로운 시작을 위해 퇴사를 했다.

그럼 어디로 이직하냐? 이직하지 않는다.

나는 백수의 왕 사자가 될 거다. 어흥

역시 요즘 MZ들은 달라 좀 힘들다고 찡찡거리고 꾹 참고 하지 못한다니깐?


정답이다. 미디어에서 희화화되는 MZ의 모습은 다소 오늘날 2030의 모습을 잘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퇴사를 결심한 데에는 크게 4가지 이유가 있다. (잘 들어보고 공감 좀 부탁한다)


1. 내가 이 일을 하면서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성장하는가?

2.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3. 건강을 잃지 않는 일인가?

4. 부자가 될 수 있는가?


1. 내가 이 일을 하면서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성장하는가?

SM엔터테인먼트 광고팀으로 입사한 1년간 많은 일을 했다. 그러나 나는 '성장한다'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문과가 하는 일이 대부분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나의 주된 업무는 커뮤니케이션이었다. 


첫 번째로 광고주와 에이전시, 매니지먼트 사이에서 많은 것을 조율하는 일이 가장 주된 업무였다. 어떻게 보면 스케줄 조율부터 서로가 서로에게 하는 나쁜 말을 순화시켜 전달하는 필터링 비둘기라고 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수많은 광고주분들과 제작사, 대행사, 에이전시들을 만나며 관계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개인적으로 친해진 분들과 더불어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큰 축복이었다.


 번째로 계약서 초안을 작성했다.

물론 이는 나를 성장시켰다. 실무적인 계약서 조항에 대해 다루고 해외 계약서 또한 작성하는 등 각종 계약서를 1차적으로 작성, 검토 후 자사 법무팀에 넘기는 업무를 했다. 또한 좋은 경험이었다.


 번째로 광고 현장에 나가 현장관리 감독을 했다. 주된 업무는 아티스트의 아웃 타임에 맞춰서 빨리 끝내달라고 징징거리는 감독 역할이었다. 사전 컨펌한 PPM 달라진 점은 없는지, 협의되지 않은 광고주나 대행사의 요구를 거절하고 촬영물을 보며 빨리 끝내기를 눈치 주는 . (수많은 현장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경험은 마냥 좋진 않았지만 어디에서도 경험할  없는 일들이 이었기에 소중한 경험이다)


네 번째로 콘서트 스폰서십 또는 PPL을 담당했다. 콘서트나 콘텐츠에 스폰서십이나 PPL을 제안하는 일이다.

(직관적인 만큼 당신이 생각한 일련의 일을 모두 한다고 보면 된다) 스폰서십을 기획하고 영업하는 일은 꽤나 재미있었다.


즉, 나는 좋은 경험을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뭐야? 꽤나 많은 경험을 했잖아? 그렇다.

그러나 과연 나는 어떻게 성장했을까?


성장 측면으로 봤을 때 내가 했던 일은 24살의 나28살의 나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즉, 나는 좋은 인맥을 쌓고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이는 4년 전의 나, 4년 후의 나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 전문성이 필요했다.


물론, 나는 가장 큰 장점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잘 발휘했고 나는 꽤 내 일을 잘 해냈다.

(팩트다. 칭찬도 많이 받고 팀장님 팀원들과 더불어 광고주와 에이전시에서도 퇴사하지 말라고 아쉬워해주셨다.)


그러나 4년 후의 나는 지금의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했다.

즉, 나의 가치관은 매년 성장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2.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사람들은 말한다. 워라벨! 워라밸! WORK! LIFE!

BALANCE! YA HOOH!


그러나 사실 모두가 암묵적으로 알고 있다. 워라밸은 허상임을.


워라밸을 찾는 것은 하수다. 일과 라이프를 분리해서 열심히 일하고 내 시간을 갖는 것?


 "삐-빅 하수입니다"

 

일과 생활은 분리하는 순간 불행해진다.

일반적인 직장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하며 하루에 9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 

그리고 하루의 1/3은 인생의 1/3로 이어진다.


인생이 축복임은 명백한 사실이고 이 축복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소비하느냐가 행복으로 이어진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힘들어도 행복하다.

나는 창업 동아리를 이끌며 위 경험을 피부로 느꼈다.

이는 추후 다루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순간 '워라밸'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 당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광고팀은 내가 하기 싫은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하고 싶은 일도 아니었다.

나의 업무특성상 연예인분들을 많이 만나며 해외출장도 함께 갈 수 있었고 어느 정도 담소를 나누며 친해질 수 있는 직업이었다. IT, 어패럴, F&B, 코스매틱 등 전 산업분야의 브랜드 광고팀과 소통하며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감사한 직업이었다.

물론 이 또한 직업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될 수 있으나 나에게 있어서는 매우 큰 가치가 아니었다.


동종 업계의 몇몇은 좋아하는 연예인과의 친분을 가질 수 있다는 그 자체에서 정말 큰 행복감을 보였고

나 또한 저 정도 수준의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직업만족도를 높이고 싶었다.


연예인들이랑 친해? 연예인들 맨날 봐? 하고 사인을 받아달라는 지인들의 부탁도 많았고 

그럴 때마다 과감한 꿈을 꿨다.

'나도 후에 누군가 내 싸인을 원하는 사람, 존재만으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3. 건강을 잃지 않는 일인가?

업무를 하며 결론적으로는 건강을 잃었다.

100% 일 때문이라고만은 볼 수 없지만, 촬영장을 가는 시간대도 매우 불규칙했고 현장에서 오래 서 있어야 해서 다리 관절에 무리가 가고 있음을 느꼈다. 174cm에 58kg까지 떨어졌던 나는 현재는 꾸준한 헬스로 인해 5kg을 증량했다. 꾸준한 운동을 통해 5kg을 더 증량할 생각이다.


4. 부자가 될 수 있는가? (현재 혹은 미래에 만족할만한 연봉인가?)

나의 개인적인 희망 연봉은 최소 4천5백 이상이다. (신입이 까불어 재낀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회사에서는 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럼 왜 입사를 했냐? 해보고 싶었으니깐!

동기들은 퇴사 후 이루어진 월급인상과 강력한 인센티브를 받고 나가지.. 라며

나보다 더욱 아쉬움을 전했지만 재미있었다. 많은 것을 경험했다.


+5. 그렇다면 퇴사한 지금 행복한가?


현재 나는 모아 둔 돈을 조금씩 소진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하기 7가지를 하루에 모두 실천 중이다.


1. 프랑스어

[Duolingo+프랑스 인강 + 프랑스인 친구와 일주일에 2번씩 스피킹]

2. 영어

[영단어 외우기/ Reading 공부]

3. 헬스 (주 5회 헬스를 하며 하루는 쉬고 하루는 축구를 한다)

4. 독서 (매일 1시간+지하철이나 버스에서)

5. 인적성 공부(취직이 목적이라고보다는 부족한 수학공부가 하고 싶기에)

6. 해외영화(봤던 영화) 영어자막으로 시청

7. 프리미어 동영상 편집

+) 시간이 날 때 취직 오픈 공고 탐색

(*무조건 내가 성장하고 배울 수 있는 직군으로)


위 7가지 항목을 실천하는 것은 어느 때보다도 굉장한 행복감(성취감)을 주고 있다.



대학교에서 자기소개의 80%는 하기와 같다.

안녕하세요, XX대학교 XX과 15학번 우팅입니다.


사회에서 자기소개는 하기와 같다.

안녕하세요 XX회사 XX부서 우팅 담당입니다.


20대에는 학교

30대에는 직업이라는 소속감에 안도하며 자아를 직업과 동일시하도록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여러분은 '나'라는 사람을 소개할 때 학교와 직업을 뺐을 때 어떤 사람으로 소개되고 싶은가?

내공을 쌓으며 기한 없는 백수기간을 이용해 백수의 왕이 될 것이다.


어흥.


안녕히 계세요. 28세 꿈을 찾아가는 피터팬 우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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