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이 열전 伯夷 列傳.
자, 오늘은 기원전 1000년 무렵에 있었던 한 사건을 살펴보자. <사기 열전> 첫 번째 편인 <백이 열전>은, 고대 은나라에서 주나라로 권력이 바뀔 때 살았던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먼저 은, 주 두 나라가 일어서고 무너졌던 시기를 알아볼까? 은殷은 기원전 1600년에 건국되고 기원전 1027년에 멸망했다. 주周는 보통 서주西周와 동주東周로 나뉘는데, 서주는 기원전 1046년에 일어나 기원전 770년에 무너졌고, 동주는 기원전 770년에 흥해 기원전 221년에 망했다. 역사가들은 이 동주 시대를 '춘추전국春秋戰國 시대' 라고도 부른다.
<백이 열전>의 주인공은 백이伯夷와 숙제叔齊 그리고 주나라의 첫 임금 무왕武王이다. 백이와 숙제의 아버지는 은 탕왕이 봉한 '고죽국' 이라는 작은 나라의 군주였고, 후사를 작은 아들이었던 숙제에게 물려주고자 했다. 아버지가 사망하고 숙제는 형인 백이가 그 자리를 이어 받아야한다고 했으나, 백이는 아버지의 명령을 받들어 산 속으로 들어가버린다. 숙제는 난감했다. 그리고 그 역시 세상을 버리고 형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이후 백이와 숙제는 은 서백창에게 몸을 의탁하러 찾아 갔으나, 서백창 문왕은 아쉽게도 그만 사망하고 만다.
문왕의 아들은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기도 전에 은 주왕紂王을 치려했고, 백이와 숙제는 전선으로 떠나는 그의 "말고삐를 붙잡고" 이렇게 간언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장례도 치르지 않고 바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효孝라고 할 수 있습니까? 신하 신분으로 군주를 죽이는 것을 인仁이라 할 수 있습니까?" 문왕의 아들은 백이와 숙제의 간곡한 청을 듣지 않았고, 마침내 은을 평정하고 주를 건국하여 친히 무왕이 되었다. 백이와 숙제는 "이를 부끄럽게 여기고 의롭게 주나라 곡식을 먹지 않고 수양산으로 들어가 고사리를 뜯어 먹었다."
그럼 백이와 숙제가 수양산에서 고사리만 뜯어 먹으며 지었다는 노래의 가사를 한번 볼까? "저 서산에 올라 고사리를 캤네. 폭력으로 폭력을 바꾸었건만 그 잘못을 모르는구나. 우리는 앞으로 어디로 돌아가야 하나? 아아! 이제는 죽음뿐, 운명도 다했구나! 마침내 수양산에서 굶어 죽었다." 어떠니? 아빠가 중학교 한문 시간에 이 고사를 처음 배웠을 때, 담당 교사는 우리들에게 지조와 충절을 이야기했고 아빠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흘러 나이 40에 이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니, 굳이 그렇게 굶주려가며 죽을 필요가 있었나 생각한다.
사마천이 <백이 열전>을 마무리하며 쓴 문장을 읽어보자. "규범을 따르지 않고 오로지 법령이 금지하는 일만을 일삼으면서도 한 평생을 편안하게 즐거워하며 대대로 부귀가 이어지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하면 걸음 한 번 내딛는 데도 땅을 가려서 딛고, 말을 할 때도 알맞은 때를 기다리는데도 재앙을 만나는 사람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나는 매우 당혹스럽다. 만일 (이러한 것이) 하늘의 도라면 옳은가? 그른가?" 나쁜 짓을 할수록 잘 살고 옳은 일을 할수록 못 사는 세상, 이게 제대로 된 세상이 맞는 걸까? 아빠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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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돌아가신 김대중 대통령께서 2006년 9월 15일에 남기신 말씀을 네게 들려주며 오늘 이야기를 마친다. 다음 시간에는 <관안 열전>을 함께 읽어보자.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