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안 열전 管晏 列傳.
오늘 읽어줄 이야기는 <사기 열전>의 2번째 편인 <관안 열전>이다. '관안'이란 춘추시대 제나라 사람 '관중'과 '안영'을 일컫는 것이며, 춘추시대는 기원전 770년부터 기원전 403년까지의 시기를 말한다. 참고로 전국시대란 기원전 403년부터 진시황이 중국을 평정한 기원전 221년까지라는 것도 한번 더 짚고 넘어가자. 숫자와 낯선 사람들의 이름이 계속 나오니까 조금 복잡하지? '역사'라는 건 인물과 시간 그리고 사건으로 만들어 지는 것인데, 네가 좋아하는 동화책에다가 시간을 포개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관안 열전>을 함께 읽어볼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관중管仲', '포숙아鮑叔牙', '환공桓公' 그리고 '안영晏嬰'이며, 이들이 살았던 나라는 기원전 379년에 사라진 '제齊'이다. <관안 열전> 첫 문단을 함께 읽어볼까? "관중 이오夷吾는 영수潁水 근처 사람이다. 젊을 때 늘 포숙아와 사귀었는데, 포숙은 그의 현명함을 알아주었다. 관중은 빈곤하여 언제나 포숙을 속였지만 포숙은 끝까지 그를 잘 대해 주고 속인 일을 따지지 않았다." 누가 나를 속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개의치 않는 것, 속이 좁은 아빠는 불가능하다.
이어지는 문단도 같이 읽어볼까? "시간이 지난 뒤 포숙은 제나라 공자公子(제후의 아들) 소백을 섬기고 관중은 공자 규를 섬겼다. 소백이 왕위에 올라 환공이 되고 [이에 맞서던] 공자 규는 [싸움에서 져] 죽었다. 관중은 옥에 갇히는 몸이 되었으나 포숙은 [환공에게] 관중을 마침내 추천하였다. 관중이 등용되고 제나라에서 정치를 맡게 되자 제나라 환공은 천하의 우두머리가 되어 제후들을 아홉 차례나 모아 천하를 바르게 이끌었다." 관중은 훗날 포숙을 생각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를 낳아 준 이는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자이다."
이제 '안영'이라는 인물을 한번 알아볼까? 이번 이야기의 이름이 <관안 열전>이지만, 관중과 안영은 만난 적이 없다. 관중이 죽고 나서 "100여 년이 지나 안영이 등장"했고, 안영이 공직을 대하는 태도가 관중과 비슷했기에 사마천은 두 사람을 한 이야기에 묶은 것이다. 역시 안영을 이야기하는 사마천의 첫 문장을 읽어보자. "안평중晏平仲 영嬰은 내萊나라 이유夷維 사람으로 제나라 영공, 장공, 경공을 섬겼으며 절약과 검소함을 실행하여 제나라에서 중용되었다." 아빠는 요즘 '부패하면 무능하다'는 전직 대통령의 말씀을 새기고 있다.
아빠가 <관안 열전>에서 꽤 오래 생각한 문장은, 관중이 제나라 재상이 되고 난 후 자신의 정치 철학을 이야기 한 다음 표현이다. "창고에 물자가 풍부해야 예절을 알며, 먹고 입는 것이 풍족해야 명예와 치욕을 알게 된다." 창고에 많은 것을 쌓아 놓았다고 해서 예절을 아는 것도 아니고 또한 먹고 입는 게 넘친다고 해서 명예와 치욕을 아는 것도 아니지만, 예의를 몸에 새기고 명예로운 행동을 하려면 반드시 적당한 수준의 돈을 가져야 하고 건강한 음식을 꾸준히 먹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잘 사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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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간에는 <사기 열전>의 3번째 편인 <노자 한비 열전>을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