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과 위선.
<괴테에게 길을 묻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괴테의 글 가운데 일부를 짧게 엮어 번역한 것으로 석필 출판사에서 1999년에 출간한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아내와 데이트 하던 2016년 11월에 처음 읽었고 가을비가 내리는 오늘 아침 그 일부를 다시 읽었는데, 여운이 남고 배운 바가 적지 않아 이 곳에 짧은 감상을 남긴다.
먼저 28쪽에 적힌 다음 문장.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동시대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 안에 가장 순수하게 반영되며 우리 또한 그것 안에 가장 순수하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각자 경험한 바 역시 달라 서로 이해하는 게 쉽지 않기에, 현재의 일들을 제대로 품어 안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인가?
다음 58쪽의 다음 문장. "네가 자신을 노예처럼 생각하면 누구도 너를 불쌍히 여기지 않아 곤경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네가 자신을 주인처럼 떠받들면 사람들은 그것 또한 좋게 보지 않는다. 그래서 마침내 네가 있는 그대로의 너로 머물게 되면 사람들은 네가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럼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자격지심도 안 되고 오만불손도 안 되고 그렇다고 있는 그대로 머물러서도 안 되고, 대체 뭘 어떻게 살아야 되는 것인가. 아는 것보다 적게 말하고 가진 것보다 적게 내놓으면 되는 것인가? 검소해야하나 누추해서는 안 되고 화려해야하나 사치스러워서는 안 된다는 그런 말인가? 중용과 조화, 겸손과 균형 뭐 그런 뜻인가?
공자가 노자에게 예가 무엇인가 물었더니 노자는 이렇게 답했다. "훌륭한 상인은 물건을 깊숙이 숨겨두어 텅 빈 것처럼 보이게 하고, 군자는 아름다운 덕을 지니고 있지만 모양새는 어리석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였소. 그대의 교만과 지나친 욕망, 위선적인 모습과 지나친 야심을 버리시오." 나아가고 그치는 것, 바로 그것인가?
**
너무나 일찍 세상을 떠난 예술가 신해철, 그의 1999년 작품 '민물장어의 꿈'을 다시 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