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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Aug 30. 2022

딸에게 읽어주는 <사기 열전> 5.

노자 한비 열전 老子 韓非 列傳.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고 또 어떻게 말해야 할까? 그리고 어떤 것을 배워야 하고 또 어느만큼 배워야 할까? 아빠가 <노자 한비 열전>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이다. 이번에 함께 읽을 이야기는 <사기 열전>의 3번째 편으로, 주인공은 '노자'와 '한비'이다. '장자', '신불해' 라는 인물도 등장하지만, 주인공들에 비해 사마천의 설명이 짧으니 노자와 한비의 생각에만 집중해도 될 것이다. <태사공 자서>를 읽을 때 이야기했듯이 사마천은 아버지 사마담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사마담은 육가의 주요 사상을 한번 정리한 바가 있다. 


그럼 주인공들이 살았던 시대를 먼저 살펴보자. 노자는 그 생몰 연대가 정확하지 않으나, 공자가 노자에게 가르침을 구한 것으로 보아 대략 기원전 600년에서 기원전 500년 사이에 활동한 것 같다. 노나라 사람 공자는 기원전 551년에 태어나 기원전 479년에 사망했다고 전해지며, 그는 춘추시대(B.C. 770~ 403)에서 무너진 서주西周(B.C. 1046 ~ 770) 시대를 그리워하며 살았다고 한다. 춘추시대는 전국시대 못지 않게 전쟁이 끊이지 않은 시기였는데, 노자도 공자도 그 어지러운 세상을 각자의 방식으로 벗어 나고자 했던 것 같다.  


이제 <노자 한비 열전>을 읽어볼까? "공자가 주나라에 가 머무를 때 노자에게 예를 묻자 노자는 대답했다. '내가 듣건대 훌륭한 상인은 [물건을] 깊숙이 숨겨 두어 텅 빈 것처럼 보이게 하고, 군자는 아름다운 덕을 지니고 있지만 모양새는 어리석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였소. 그대의 교만과 지나친 욕망, 위선적인 모습과 지나친 야심을 버리시오. 이러한 것들은 그대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소.'" 야심과 욕망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이나, 그 도가 지나치면 교만과 위선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는 가르침으로 아빠는 이해한다. 


이제 '한비'에 대해 알아보자. 그는 기원전 280년에 태어나 기원전 233년에 사망했다. 진시황이 중국 대륙을 평정한 게 기원전 221년이니, '출세'라는 관점으로만 한정한다면 그는 '입신양명'을 얼마 안 남겨두고 비명에 간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진시황이 대업을 이루기 전에 한비의 그 탁월한 능력을 알아보았으나, 친구를 시기한 '이사李斯'라는 사람이 그를 모함하여 결국 한비는 죽음에 이르렀다. '유세는 어렵다'라는 뜻의 '세난'이라는 글에서 한비는 말했다. "안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 아는 것을 어떻게 쓰느냐가 어렵다."


자, 이제 <노자 한비 열전>을 정리해보자. 사마천은 이렇게 말했다. "노자가 귀하게 생각하는 것은 허무이고, 무위에서 변화에 호응하는 것이다. 한자(한비)는 먹줄을 친 것처럼 [법규를 만들어] 세상의 모든 일을 결단하고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하였지만 그 극단에 치우쳐 각박하고 은혜로움이 부족했다." 아빠가 생각하기에 배움의 목적은 '나를 아는 것'이다. 나를 아는 것이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며 무엇을 싫어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분간하는 것이다. 해야하는 건 무엇이고 하지 말아야 할 건 무엇인지 구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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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학교를 졸업한 건 2005년이지만, 배움은 그때부터 시작했어야 되는 일이었다. 다음에 함께 읽을 이야기는 <사마양저 열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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