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순경 열전 孟子 荀卿 列傳.
<맹자 순경 열전>은 학문으로써 전국시대를 버텨내 자들에 관한 기록물이다. 우리는 앞서 <노자 한비 열전>과 <중니 제자 열전>을 읽은 적이 있고, <상군 열전>에서도 글과 말로써 세상을 견뎌낸 이들을 본 적이 있는데, <맹자 순경 열전>을 읽기 전에 이 3편에 등장했던 주요 인물들의 생몰연대를 순서대로 한번 정리해볼까? 공자孔子, 기원전 551 ~ 기원전 479. 상앙商鞅, 기원전 390? ~ 기원전 338. 한비韓非, 기원전 280? ~ 기원전 233. 노자老子는 생몰연대 모두 미상이나 공자가 그에게서 학문을 제대로 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맹자孟子는 본명이 맹가孟軻로, 기원전 372년에 태어나 기원전 289년에 사망했다. 상앙처럼 전국시대 사람이지만 맹자가 바라본 세상은 상앙이 지켜본 세상과는 결이 많이 달랐다. 상앙이 엄하고 촘촘한 법으로써 세상을 통제하려했다면, 맹자는 인의仁義를 중심에 두고 세상을 설계하려했다. <맹자 순경 열전>은 <상군 열전>과는 달리 맹자의 일대기나 그의 사상이 상세히 서술되어 있지 않은데, 사마천의 다음 문장으로 흐릿한 윤곽이나마 그려보자. "맹가는 <시>, <서>를 정리하고 공자의 사상을 서술하여 <맹자> 일곱 편을 썼다."
당대와 맹자를 평가하는 사마천의 문장을 조금 더 읽어볼까? "맹가는 추나라 사람이다. 그는 자사의 제자에게서 학문을 배웠다. [맹가는] 학문의 이치를 깨우친 뒤 제나라 선왕을 섬기려고 했지만, 선왕이 자신의 주장을 실행하지 않으므로 양나라로 갔다. 양나라 혜왕도 [맹가의 주장을] 입으로만 찬성하고 실제로는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그의 주장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서 실제 상황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천하는 바야흐로 합종과 연횡에 힘을 기울이고 남을 침략하고 정벌하는 것만을 현명하다고 여기는 때였다."
이제 순경荀卿에 대해 알아보자. 그는 전국시대 조나라 사람으로 생몰연대는 정확치 않으나 이사李斯의 스승인 것으로 봐서 상앙과 한비의 가운데 시기에 활동했던 사람인 것 같다. 사마천의 문장을 읽어보자. "이사는 일찍이 순경의 제자였는데 훗날 진나라 재상이 되었다. 순경의 시대에는 세상의 정치가 혼탁했으며 멸망하는 나라와 난폭한 군주가 잇달아 나오고, 성인의 기본적인 도리를 닦아 몸으로 실천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순경은 유가, 묵가, 도가의 학설이 이룬 것과 실패한 것을 차례로 정리하여 수만 자의 책을 남기고 죽었다."
이제 <맹자 순경 열전>을 정리해볼까? 사마천이 서술한 내용으로만 판단한다면, 맹자와 순경 두 사람 모두 자신이 당면한 시대에는 그리 잘 풀리지 않았던 이들이라 할 수 있다. 사마천이 평가했던 것처럼 "천하는 바야흐로 합종과 연횡에 힘을 기울이고 남을 침략하고 정벌하는 것만을 현명하다고 여기는 때"였는데, 그들이 주장한 도덕적이고 착한 말들이 씨알이나 먹혔을까?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의 시대에는 내 살 궁리만 하고 남 죽이는 생각만 해야 씨알이 먹히고 살아 남을 수 있을까? 그것이 유일한 방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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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맹자 순경 열전>을 읽고 많이 혼란스럽다. 다음 시간에는 <맹상군 열전>을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