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독서 계획 ① '고대 로마'.
고대 로마를 다룬 책 가운데 내가 가지고 있는 건 30여권 정도 된다. 그 중 21권은 교유서가에서 출간한 콜린 매컬로 Colleen McCullough 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Masters of Rome' 시리즈이고, 다른 5권은 역시 같은 출판사에서 펴낸 입문서들이며, 나머지 도서는 몇 개의 출판사에서 각기 다른 주제로 발간한 것들이다.
고대 로마에 처음 관심을 가진 건 고등학생이던 1990년대 후반이었다. 동급생 가운데 책을 좋아하는 몇몇이 시오노 나나미 鹽野七生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고 있길래 뭔가 하며 들여다 본 게 출발이었다. 그들은 그 책을 돌아가며 읽어댔고, 신간이 나오면 학교를 마치자마자 서점으로 달려가 그 귀한 책을 따내곤 했다.
나는 <로마인 이야기>를 쉽게 읽지 못했다. 책에 익숙하지 못한 때였고, 나오는 이름들이 비슷해 이 사람이 저 사람같고 저 사람이 이 사람 같아서 1권도 쉬 끝낼 수 없었다. 시간은 흘러 시오노 나나미는 어느새 신화가 되어 있었고 나는 더 이상 그 책을 좋아하는 이들과의 대화에 끼어들 수 없었다. 시간은 빨리 흘러갔다.
고대 로마에 다시 관심을 가진 건 직장생활을 하던 2010년대 중반이었다. 세월호 참사 1주년 행사를 마무리하고 얼마 간의 휴가를 떠났을 때 '마스터스 오브 로마' 발간 소식을 알게 됐고,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로마사 입문서를 한 권 두 권 사서 읽으며 이미 사라져버린 옛 제국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기 시작했다.
2022년 추석 연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2023년 독서 계획을 세우면서 다시 한번 '고대 로마'를 생각했다. 지금 읽고 있는 사마천의 <사기 열전>은 2023년 1/4분기에 마무리 될 예정이고, 독서모임에 상관없이 '마스터스 오브 로마'를 읽으며 긴 호흡으로 서양의 이름과 제도 그리고 그들의 생각들을 찬찬히 짚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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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 fui, fui, non sum, non curo."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존재했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이를 신경쓰지 않는다."
- 모토무라 료지 지음, 이민희 옮김, <처음 읽는 로마사>, 교유서가,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