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상군 열전 孟嘗君 列傳.
한 권의 책을 얼마나 읽어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맹상군 열전>을 읽기에 앞서 오늘은 이 얘기부터 해보자. 먼저 아빠가 책을 읽는 방법을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① 통독을 한다. ② 통독을 하며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문장이나 인상적인 표현을 공책에 옮겨 적는다. (이 방법을 '초서抄書'라고 한다.) ③ 책에 밑줄 친 문장이나 초서를 다시 읽는다. 이 3번의 과정이 끝나야 아빠는 한 권의 책을 '한 번' 읽었다고 이야기하며, 좋은 책은 이 '한 번'의 과정을 몇 번 반복하기도 한다. 물론 돈 주고 산 모든 책을 통독하는 건 아니다.
이번엔 돌아가신 신영복 선생의 독서법을 알아볼까? 2015년에 출간된 <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19쪽 문장을 함께 읽어보자. "고전 공부의 목적은 과거, 현재와의 소통을 바탕으로 하여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이처럼 공부란 세계 인식과 인간에 대한 성찰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창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고전 공부는 먼저 텍스트를 읽고, 다음 그 텍스트의 필자를 읽고,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독자 자신을 읽는 삼독三讀이어야 합니다." 선생은 고전 공부법 만을 이야기했지만, 이 '삼독'은 모든 공부에 적용해도 되는 것이다.
아빠가 왜 '독서법'을 이야기했냐 하면, 5년 만에 다시 읽은 <맹상군 열전>에서 아빠가 느끼고 얻은 바가 이전과는 꽤 달랐기 때문이다. 2014년에 처음 읽었을 때 아빠는 맹상군의 인화력을 높이 샀고, 2017년에 다시 읽었을 때 아빠는 그의 용인술을 받아들였다. 2022년에는 다른 게 보였는데, 바로 그의 직언하는 자세와 경청하는 태도였다. 서출이었던 '전문田文'(맹상군의 본명)은, 역시 서자였던 자신의 아버지 '전영'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차분하게 이야기했고, 식객 '풍환馮驩'으로부터 자신이 놓치고 있던 점을 하나씩 채워나갔다.
먼저 전문이 전영에게 했던 말을 읽어볼까? "아버님께서는 나랏일을 맡고 제나라 재상이 되어 지금까지 세 왕을 섬겼습니다. 그동안 제나라 땅은 넓어지지 않았는데 아버님께서는 사사로이 천만금이나 되는 부를 쌓았으며, 그러고도 문하에는 어진 사람 한 명 볼 수 없습니다. 저는 이 점이 이상합니다." 이번엔 풍환이 맹상군에게 했던 말을 읽어보자. "살아 있는 것이 반드시 죽게 되는 것은 만물의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부유하고 귀하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고, 가난하고 지위가 낮으면 벗이 적어지는 것은 일의 당연한 이치입니다."
전문은 아버지 전영에게 재상의 역할과 인간의 도리를 예에 벗어나지 않게 이야기하여 옳은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게 했고, 그때부터 그의 식견을 알게 된 식객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어느새 3천 명의 능력있는 자들이 맹상군孟嘗君 곁에 머물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맹상군의 지위가 낮아지고 세력이 약해지자 그의 식객들은 한숨을 쉬며 하나 둘 떠나게 되었는데, 그때 식객 중 한 명이었던 풍환이 일의 이치와 사람의 도리를 격식을 갖춰 맹상군에게 이야기했다. 직언하는 자세와 경청하는 태도, 아빠는 이 두 가지를 이번 독서에서 얻었다.
부기 附記
1. 사마천은 이 이야기의 말미에서 맹상군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기도 했지만, 그건 사마천이 내린 판단이지 우리의 판단이어서는 안 된다. 사마천이 그런 결론을 내렸다면 그것 그대로 존중하면 될 일이고, 사마천보다 늦게 태어난 우리는 우리의 환경과 조건 속에서 사리를 분별하면 될 것이다.
2. 너는 아빠의 딸이지만 너와 나는 다른 사람이다. 생각이 다른 건 당연한 것이며 생각이 다르니 태도 역시 다른 것 또한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빠는 너와 함께 살아가며 이 점을 제대로 배우려고 한다. 다음 시간에는 <사기 열전>의 16번째 이야기 <평원군 우경 열전>을 즐겁게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