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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Nov 27. 2022

김의겸의 유감遺憾.

말이 많은 자들.

근래 '유감'이라는 단어가 심각하게 오용되고 있는 듯 하여 몇 자 적어본다. 네이버 국어사전이 저본으로 삼고 있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 '유감'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 이 '유감'을 활용한 예문에는 이런 게 있다. "내게 유감이 있으면 말해 보아라", "우리는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데 대해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이렇듯, 이 '유감'이라는 단어는 어떤 사람의 행동으로 인해 기분이 언짢해진 사람이 감정을 다스린 이후에 상대방에게 점잖게 사용하는 표현이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이 이 '유감'이라는 단어를 오용한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당국의 사전 대비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는 어떤 기자의 질문에 그는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고, 이 말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논란이 이어지자 장관은 이렇게 에둘러 말했다. "유가족과 슬픔에 빠져 있는 국민의 마음을 미처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습니다. 이점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2년 11월 24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도 이 '유감'이라는 단어를 오용한 또 다른 예라 할 수 있다. 그가 기자들에게 문자로 보냈다는 내용을 종합해보면 이렇다.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를 봤다고 말한 당사자가 경찰에서 '거짓말이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 의혹을 공개적으로 처음 제기한 사람으로서 윤석열 대통령 등 관련된 분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이어서 이런 말도 덧붙였다. "다만 중대한 제보를 받고, 국정감사에서 이를 확인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사람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사회 지도층들의 발언을 보고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아, 이들은 신분이 다른 사람들이구나.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여론의 뭇매를 맞는 건 무섭지만 사과는 못 하는 사람들이구나. 입으로는 국민을 말하지만 속으로는 자리만 탐하는 사람들이구나.' 그리고 나서 이런 생각도 했다. '그렇다면 이 둘 가운데 누가 더 사회에 해로운 부류에 속할까. 대놓고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쪽과, 앞에서는 양고기를 판다고 해놓고 뒤에서는 개고기를 내놓는 쪽 가운데 누가 더 이 사회에 유해한 집단에 속할까?'


나는 후자가 더 해롭다고 생각한다. 후자가 이 사회에 더욱 유해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일단 말이 많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다. 스스로 아는 게 많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행동이 늘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사람들은 세상을 너무나 쉽게 양분한다. 세상은 선과 악으로 나뉘고 진보와 보수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이런 태도로 말미암아 내 편 네 편을 너무나 쉽게 가른다. 그래놓고 자신들은 도덕적으로 우월한 쪽에 있다고 말하며, 저 쪽 사람들은 멸종되어야 할 종자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저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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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룸살롱'을 입에 담은 그 의원이 과거 한겨레신문 기자였다고 하여 집에 있는 한겨레출판 도서들을 살펴봤다. 대충 훑어봐도 30권은 넘었다. 모두 대학 입학 후에 돈 주고 산 것들로, 나름 목에 핏대를 올릴 때 밑줄을 쳐가며 읽은 것들이다. 구태여 지금 당장 버릴 것 까지야 없겠지만, 때가 되면 정리 0순위로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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