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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May 25. 2023

딸에게 다시 읽어주는 《사기 열전》 2.

태사공 자서 太史公 自序.

오늘 읽어줄 이야기는 《사기》 전체의 머리말에 해당하는 〈태자공자서〉이다. 여기서 '태사공太史公'이란 궁궐에서 역사와 천문을 연구하는 '태사령太史令'을 말하고, '자서自序'란 '직접 쓴 서문’을 뜻한다 . 〈태사공자서〉는 <사기 열전> 70편 가운데 가장 마지막편인 70번째 이야기이며, 〈사기 열전〉이 《사기》가운데 가장 나중에 쓰여진 것이므로 〈태사공자서〉는 《사기》 전체를 정리하고 요약하는 사마천의 맺음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면 다시 한번 《사기》의 전체 이야기가 쓰여진 순서를 짚어볼까? 12본기, 10표, 8서, 30세가, 70열전 순이다.


사마담의 유언을 다시 떠올려보자. 사마담은 아들 사마천이 집안의 전통을 이어받아 태사령 관직을 맡길 원했는데, 이 간절한 바람은 다음 절절한 호소에서 느낄 수 있다. "내가 죽거든 너는 반드시 태사가 되어라. 태사가 되거든 내가 논하여 저술하려고 했던 바를 잊지 말아라. 무릇 효도란 부모를 섬기는 데서 시작하며, 그 다음은 임금을 섬기는 것이고, 마지막은 자신을 내세우는 데 있다. 후세에 이름을 떨침으로써 부모를 드러내는 것이 효도의 으뜸이다." 아빠는 네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너는 네가 하고 싶은 걸 해라. 다만 가치있는 일이면 좋겠다.'


사마담의 생각을 조금 더 알아볼까? 사마천과 사마담은 다른 사람이지만, 사마천이 사마담의 유지를 이어 받았으니 그의 사상을 들여다보는 건 《사기》공부에 필수적인 일이다. 사마담은 "학자들이 학문의 참뜻에 통달하지도 못하면서 스승을 배척하는 것을 우려"했고, 그런 분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당시 학자들이 즐겨 공부하던 육가六家(유가, 묵가, 도가, 법가, 음양가, 명가)의 장단점을 간략하게 설명해 후학들이 공부를 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했다. 이 설명은 아빠가 읽은 《사기 열전》831쪽부터 833쪽을 참고하면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사상을 대략적이나마 파악할 수 있다.


〈태사공자서〉 후반부에는 본기, 표, 서, 세가, 열전 각각의 집필 목적이 적혀있다. 사마천은 "왕업王業이 일어난 처음과 끝을 살피고 흥성하고 쇠망한 것을" 살펴보기 위해 '본기'를 지었고, 옛 사료들의 연대기를 확실하게 정리하기 위해 〈표〉를 만들었다. 또한 시대마다 달라지는 각종 제도들을 살피기 위해 〈서〉를 지었고, 제왕들을 보필하는 제후들의 모습을 정리할 목적으로 〈세가〉를 썼으며, "정의를 따르고 재능이 뛰어나서 스스로 시기를 놓치지 않고 천하에 공명을 세운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열전〉을 지었다. 참으로 간명한 설명이다.


아빠가 <태사공자서>에서 인상 깊었던 대목은, 사마천이 '예禮'와 '법法'을 구분한 다음 문장이다. "예란 일이 아직 생기기 전에 막는 것이며, 법은 이미 생겨난 뒤에 실시하는 것이다. 법이 작용하는 것은 눈에 잘 보이지만, 예가 미리 금할 수 있다는 것은 알기 어렵습니다." 이어지는 다음 문장도 한번 생각해보자. "나는 이른바 지난 일들을 적어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것을 간추려 정리하려 할 뿐 창작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는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신 '술이부작述而不作' 정신이라 할 수 있겠고, 아빠는 바로 이 정신을 《사기》를 공부하며 배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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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읽어줄 이야기는 《사기 열전》의 첫 번째 편인 〈백이 열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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