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 열전 蘇秦 列傳.
"백성을 편안히 하는 근본적인 계책은 교류할 만한 나라를 고르는 데 있습니다. 교류할 만한 나라를 알맞게 고르면 백성은 편안할 수 있고, 교류할 만한 나라를 잘못 고르면 백성은 죽을 때까지 편안할 수 없게 됩니다." 오늘 함께 읽을 〈소진 열전〉에서 전국시대 사람 소진蘇秦이 했다는 말인데 읽고 나니 어떤 생각이 드니? 사람은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하고, 국가는 외교를 잘 맺어야 편안하다는 뜻으로 아빠는 받아들이고 있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외교이며, 이 말은 보통 '긴밀한 외교' 또는 '외교 단절'이라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시간여행을 떠나 2021년 8월로 잠깐 돌아가보자. 저 멀리 이란과 파키스탄 사이에 있는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에 탈레반이라는 무장세력이 정권을 잡게 되었다. 현지 대한민국 교민들과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위급한 상황에 처하게 됐고, 대한민국 정부는 비밀리에 현지로 군용기를 급파했다. 현지 외교관들은 협력국 외교관들과 신속하고 긴밀하게 탈출 계획을 짰고, 주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에 호의적인 현지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총 391명이 대한민국으로 탈출하게 되었다. 이 '기적'을 만들어 낸 군사 외교 작전을 '미라클 작전'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2022년 2월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북극해 아래, 중국 위에 있는 러시아라는 나라가 동유럽의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땅이 가장 넓은 나라이자 군사력도 막강한 나라이며, 석유, 천연가스 같은 자원도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반면에 우크라이나는 곡물은 많이 생산하는 나라이지만 러시아에 비해 땅 덩어리도 작고 인구도 적은 나라이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시아를 반대하고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몇몇 유럽 여러 나라들은 서둘러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에 가입했다.
다시 전국시대로 돌아오자. 기원전 284년에 사망한 소진은 연燕나라에서 주로 활동했던 인물로, 강력한 진秦나라에 맞서 소국들 간에 '합종'을 주도했던 사람이다. 그가 노력하여 실력을 쌓은 분야는 '연설'이었는데, 그는 이 '말'로써 한, 위, 제, 초, 연, 조 등 6개 나라 사이에 다리를 놓아 진나라와 대적했다. 그가 조나라 왕에게 했다는 말을 한번 들어볼까? "신이 듣건대 현명한 군주는 의심을 끊고 비방을 버리고 떠도는 말의 흔적을 사라지게 하며 붕당의 문을 막는 데 뛰어나다고 합니다." 국제 정세를 분석하여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우리는 외교관이라고 부른다.
소진은 6개 나라의 재상이 되었으나 시기와 모략 때문에 사망하게 되었다. 시기와 모략은 비단 전국시대만의 태도는 아니다. 시대를 막론하고 못난 사람은 잘난 사람을 시기하며 못난 사람이 권력욕마저 생기면 잘난 사람을 모략한다. 마지막으로 〈상군 열전〉에서 조량이 상앙에게 했던 말을 되짚어볼까? "그 자리가 아닌데 그곳에 머무는 것을 자리를 탐한다고 하고, 그 이름이 아닌데 그 이름을 누리는 것을 이름을 탐한다고 합니다." 외교를 우습게 여기는 자가 자리와 이름을 탐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국민들의 삶이 갈수록 위태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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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간에는 소진과 함께 귀곡 선생의 문하에서 외교를 배우고 익힌 장의에 대해 알아보자. 《사기 열전》의 10번째 이야기 〈장의 열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