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 열전 張儀 列傳.
어제 우리가 함께 읽은 〈소진 열전〉에 이어 〈장의 열전〉 역시 '외교관'에 대한 이야기이다. 춘추전국시대에는 말로 생업을 해결하고 그 능력을 인정받아 뜻도 세웠던 '세객說客'들이 많았는데, 우리가 그동안 읽은 이야기 중에서는 〈노자 한비 열전〉의 한비, 〈소진 열전〉의 소진 그리고 오늘 읽을 〈장의 열전〉의 장의가 그에 해당한다. 말이라는 게 잘 하면 참으로 있어 보이는 법이지만 말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그 말 때문에 자주 곤경에 처하기도 한다. 한비는 '세난說難'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었다. "안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 아는 것을 어떻게 쓰느냐가 어렵다."
장의張儀는 전국시대 위나라 사람이다. 소진蘇秦과 함께 귀곡 선생의 문하에서 수학한 사이지만, 두 사람의 길은 달랐다. 소진은 연燕나라에서 주로 활동했고 진秦나라에 맞서기 위해 '합종책'을 제안했다면, 장의는 그런 합종책을 깨부수기 위해 '연횡책'을 제시한 진秦나라에서 활동한 사람이다. 말로 생업을 먼저 해결한 사람은 소진이었다. 소진은 합종책으로 연결된 여섯 나라를 총괄하는 재상이 되었지만, 장의는 진나라에서 밀려난 후 자신이 태어났던 위나라에서만 재상을 잠깐 지냈다. 소진과 장의 가운데 누가 더 나은 세객이었을까?
사마천의 평가를 미리 읽어볼까? "합종과 연횡을 주장하여 진秦나라를 강하게 만든 자들은 모두 삼진 사람이다. 장의가 일을 꾸민 것은 소진보다 더 심한 데가 있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이 소진을 더욱 미워하는 까닭은 그가 먼저 죽었기 때문에 장의가 그의 단점을 부풀려 들추어내고 자신의 주장을 유리하게 하여 연횡론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 두 사람은 참으로 나라를 기울게 하는 위험한 인물이었다고 하겠다!" 두 사람 모두 말을 잘 하여 재상까지 되었지만, 사마천이 보기에는 둘 다 나라에는 도움이 안 되는 자들이었다.
아빠가 이번 〈장의 열전〉에서 재밌게 읽었던 문장은, 일자리가 없었던 장의가 옛 친구 소진을 찾아와 도움을 구하면서 나누었던 대화이다. 그럼 한번 같이 읽어볼까? "소진은 장의를 마루 아래에 앉게 하고 하인이나 첩이 먹는 형편없는 음식을 내주었다. 그러고는 그의 잘못을 하나하나 끄집어내면서 꾸짖었다. '자네같이 재능을 가진 자가 어찌 이처럼 부끄러운 처지가 되었는가? 내 어찌 자네를 [왕에게] 추천하여 부귀하게 만들 수 없겠는가? [그러나] 자네는 거두어서 쓸 만한 인물이 아니네.' 소진은 장의의 부탁을 거절하고 돌려보냈다."
소진은 옛 친구에게 왜 이런 심한 모욕을 주었을까? 그가 가신에게 했다는 말도 들어보자. "장의는 천하에서 현명한 인물이니 나는 그를 뛰어넘을 수 없네. 지금은 운이 좋아 내가 먼저 등용되었을 뿐이지. 나는 그가 작은 이익을 탐내어 [큰 뜻을] 이루지 못할까 염려스러워 일부러 모욕을 주어 그의 뜻을 북돋운 것일세. 자네는 나 대신 은밀히 그를 도와주게." 아빠는 이 문장을 읽고 '우정'이라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봤다. 친구 간의 관계가 건강하게 지속되려면, 각자가 실력을 쌓고 성장하여 서로서로 자극이 되어야 그 만남은 즐겁고 행복하게 이어질 수 있는 게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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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간에는 〈저리자 감무 열전〉을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