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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Jun 13. 2023

딸에게 다시 읽어주는 《사기 열전》 15.

백기 왕전 열전 白起 王翦 列傳.

딸아, 우리는 지금 사마천의 《사기 열전》을 읽고 있다. 《사기 열전》은 총 70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는 지금까지 12편의 이야기를 함께 읽었다. 12편 이야기에 더해 《사기 열전》의 총론에 해당하는 〈태사공 자서〉 또한 읽었으니 모두 13편의 이야기를 읽었다. 어떻게, 아빠가 읽어주는 이야기는 들을 만하니? 재미도 없는데 억지로 듣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빠가 비록 너보다는 나이가 많은 '어른'이기는 하지만 아빠 또한 부족한 게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또 그만큼 많은 사람이다. 그러니 우리, 함께 계속 배워 나가보자.  


자, 오늘 함께 읽을 이야기는 《사기 열전》의 13번째 편인 〈백기 왕전 열전〉이다. 바로 앞의 이야기였던 〈양후 열전〉처럼 시대는 전국시대이며, 나라는 진나라이다. 백기白起는 기원전 257년에 사망했고, 왕전王翦은 생몰연대는 미상이나 통일된 진나라에서 살다가 갔다. 두 사람 모두 군인이었고 승전도 많았으며, 두 사람 모두 권세가 있었고 재산도 많았다. 하지만 백기와 왕전 이 두 사람은 모두 쓸쓸하게 죽음을 맞았다. 백기는 자결을 당했고 왕전은 외롭게 노환을 맞았는데 사마천은 그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그들에게는 각기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단점이 무엇이었는지 사마천이 내린 백기와 왕전에 대한 평가를 함께 읽어볼까? "백기는 적의 전력을 헤아려 날쌔게 대응하고 끊임없이 기이한 계책을 생각해 천하에 명성을 떨쳤지만, 응후와의 사이에서 생긴 근심은 없애지 못했다. 왕전은 진나라 장군이 되어 여섯 나라를 평정했다. 당시 왕전은 노련한 장수가 되어 시황제조차도 그를 스승으로 받들었다. 그러나 진나라를 보필해서 천하의 근본(인의를 베푸는 것)을 튼튼하게 하지 못하고, 그럭저럭 시황제에게 아첨하여 편하게 있을 곳을 구하다가 늙어서 죽음에 이르렀다."  


이제 사마천의 평가 말고 백기 자신의 회상과 반성을 자세하게 들어보자. "진나라 왕은 곧 사자를 보내 백기에게 칼을 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했다. 무안군(백기)는 칼을 받아들고 자신의 목을 찌르려다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하늘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잠시 동안 그렇게 있다가 말을 이었다. '나는 죽어 마땅하다. 장평 싸움에서 항복한 조나라 병사 수십만명을 속여서 모두 산 채로 땅 속에 묻었으니 이것만으로도 죽어 마땅하다.' 그러고는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으니 진나라 소왕 50년 11월의 일이다."         


마지막으로 왕전의 자손 왕이를 평가한 진나라 어떤 객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무릇 3대에 걸쳐 장군이 된 자는 반드시 싸움에서 지게 되오. 그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사람을 죽이고 쳐부순 것이 많아서 그 후손이 상서롭지 못한 기운을 받았기 때문이오. 이제 왕이는 이미 3대째 장군이 되었소." 백기와 왕전 모두 전장에서는 훌륭한 장수였으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끝이 좋지 못했다. 그러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군대와 전쟁이 없으면 이 모든 근심이 한번에 해결될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아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권력과 전쟁은 늘 함께 간다.


**


이번 이야기에서 네게 말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는데 다름 아닌 유산遺産이다. 왕전은 전쟁터로 나가는 길에도 시황제에게 땅을 요구했다는데 그 간청이 공감되는 바가 많아 참으로 짠했다. 네가 조금 더 크면 이 유산이 빚어냈던 여러가지 문제들을 하나하나 이야기해줄게. 꼭 필요한 일이다. 


다음 시간에는 〈맹자 순경 열전〉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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