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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Jun 13. 2023

<오키나와의 목소리>. Fin.

"누치두 다카라 - 생명은 귀한 것". 

<오키나와의 목소리>를 다시 읽었다. 1944년부터 1945년 사이에 벌어진 '오키나와 학살'을 다룬 일본인 작가의 그림책이다. 누구는 이 시기를 '오키나와 전쟁'이라 부르고 누구는 '오키나와 전투'라고 부르며 또 누구는 '태평양전쟁의 끝자락'이라고도 부른다. 전쟁사의 관점으로만 보면 그렇게도 부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것은 전투도 아니고 전쟁도 아니고 그냥 학살이다. 일본군과 미군이 서로가 서로를 학살하고, 국적에 관계 없이 민간인을 학살한다.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판이니 안 죽이기고는 안 되며, 민간인이 같은 민간인을 학살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사망자 수를 합산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이런 문장이 있다. "미군이 오키나와에 상륙한 지 석 달 만에, 일본군은 전쟁에서 완전히 지고 말았습니다. 1945년 여름이었습니다. 이 전쟁으로 수 많은 일본 군인들과 미국 군인들이 죽었습니다. 그 몇 배나 되는, 셀 수 없이 많은 오키나와 사람들도 죽었습니다. 갓난 아기들도, 아이들도, 어른들도, 노인들도 죽었습니다." 


"오키나와에서는 지금도 밭이나 풀숲에서 죽은 이들의 뼈나 불발탄이 나오곤 합니다. 푸른 바다 저편에서 배와 함께 침몰해버린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닷가를 지나가다 보면 "살려주세요!" 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겨울철에도 하얀 나비, 검은 나비가 날아다니곤 합니다. 죽은 이들의 영혼이 나비가 된 것이겠죠."


'오키나와의 목소리'는 이 더러운 상황에 휘말려버린 모든 피해자들의 목소리이다. 전쟁을 결정하고 토벌을 결정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피해자가 되어버린 사람들의 목소리이다. 오키나와 여행을 앞두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은 왜 이렇게 막 살아가는가? 세상은 왜 이렇게 막 굴러가는가? 


인간 세상은 원래가 그렇다는 것 말고는 뚜렷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태평양 전쟁의 한국인들>. 2023.04.05. 

<오늘의 세계분쟁>. 2021.12.31. 

작가의 이전글 딸에게 다시 읽어주는 《사기 열전》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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