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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Jul 31. 2023

딸에게 다시 읽어주는 《사기 열전》 32.

위표 팽월 열전 魏豹 彭越 列傳.

딸아, 어느덧 30번째 이야기까지 왔다. 처음에는 까마득하더니 한 편 한 편 천천히 읽어 가니까 진도가 나가기는 나가는구나. 되든 안 되든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건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 습관도 몸에 배고 인간의 한계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것 같다. 또한 오래되어 고귀해진,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자연'에 대해서도 그리고 우리가 읽고 있는 '고전'에 대해서도 겸손하고 숭고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간 고생 많았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남은 40개의 이야기도 즐겁게 읽어보자. 자, 그럼 다시 시작이다.


오늘 읽을 이야기는 〈위표 팽월 열전〉이다. 시대는 바로 앞에서 읽었던 〈장이 진여 열전〉처럼 진말한초秦末漢初이며, 이런 시대적 이유로 등장 인물들 또한 현실에 머무르기 보다는 현실을 바꾸자는 태도를 몸에 지니게 되었다. 위표魏豹는 위나라 사람이고 팽월은 진나라 사람이다. 위표는 기원전 204년에 그리고 팽월은 기원전 196년에 죽었는데 두 사람 모두 신분을 극복하고 출세의 길에 들었으나 시황제에 이어 중국 대륙을 평정한 한 고조 유방에 의해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사마천은 이 두 사람이 ‘때를 잘못 만났다’고 평했다.


〈위표 팽월 열전〉은 이 정도가 큰 줄거리이고, 아빠는 네게 ‘위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의 행동과 팽월이 도둑에서 무리의 우두머리로 변천하는 과정을 짧게 들려주고 싶다. 위구는 위표의 사촌형이다. 위구는 위나라의 왕이었는데 어느 날 ‘장한’이라는 자가 이끄는 군대의 침략을 받게 된다. 이때 위나라 왕 위구가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 사마천의 문장으로 확인해볼까? “위구는 백성을 구하기 위하여 항복하기로 약속하였다. 투항 조건으로 내세웠던 약속이 이루어지자 위구는 스스로 불에 타 죽었다.” 아빠는 이 짧은 문장이 참으로 강렬했다.


팽월彭越은 “연못에서 물고기를 잡으면서 무리를 이루어 도둑질을” 하던 사람이었다. 진나라가 쇠락하고 진섭과 항우가 세력을 다투고 있던 때였다. 팽월이 평범한 사람이 아닌 걸 알았던 동네 사람들은 그에게 자신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달라고 몇 번이고 청했지만 팽월은 쉽게 수락하지 않았다. 그래도 청이 계속되자 팽월은 결국 받아들였는데 그가 내세운 조건은 딱 하나였다. '약속 시간을 지킬 것!'. 팽월은 자신을 우두머리로 내세운 사람들에게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목을 벤다'고 하였는데, 그 중 10명이 시간을 지키지 않고 늦게 약속 장소에 나타났다.


팽월의 말을 한번 들어보자. “나는 늙었지만 여러분이 억지로 간청해서 우두머리가 되었소. 그런데 약속을 해 놓고도 늦게 온 자가 많으니 그들의 목을 다 벨 수는 없고 가장 늦은 한 사람만 죽이겠소.” 그랬더니 모두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찌 그렇게까지 하십니까? 다음부터는 감히 늦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팽월은 약속대로 그 사람을 끌어내 목을 베었고, “제단을 만들어 제사를 올린 뒤 무리에게 명령을 내렸다. 무리는 팽월을 두려워하여 감히 올려다보는 자가” 없었고, 팽월의 부대는 이후 가는 곳마다 승전보를 울렸다.


**

팽월의 군율을 들으니 예전에 읽었던 ‘사마양저’와 ‘손무’의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니? 다음 시간에는 《사기 열전》의 31번째 이야기인 〈경포 열전〉을 함께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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