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여행 3일차 (2).

2026.01.11.

by 우율의 독서

서점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가 찾아간 곳은 마이크로네시아몰Micronesia Mall 안에 있는 '베스트셀러 Bestseller'라는 이름의 아담한 서점이다. 규모는 어림잡아 12~15평 정도로 보였고 책과 문구가 적절히 갖춰져 있는 일반적인 서점이었다. 오랜시간 꼼꼼하게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서가는 문학과 비문학으로 크게 구분되어 있는 것 같았고, 매대 정면에는 연령별 베스트셀러 도서와 아동용 교육서적이 꽂혀 있었다. 문학은 또 판타지와 리얼리즘 소설로 나뉘어 있는 거 같았고 비문학은 일반적인 십진분류법으로 구분되어 있는 거 같았다.


내가 특별히 눈여겨 본 것은 '괌'을 다룬 서가였다. 서점에 들어가기 전에 이런 기대를 했었다. '괌이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니 괌을 다룬 책이 풍부할 것이다. 괌의 역사는 물론 여행 팜플릿과 각종 굿즈도 많이 있을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일본보다는 못 해도 출판 강국으로 꼽히는 곳이니 괌을 다룬 상품들이 규모있게 진열되어 있을 것이다.' 음… 기대가 과했다. 괌을 큐레이션한 서가는 서점 한 모퉁이에 있는 키 작은 3단 책장이 전부였고 종류도 그리 다양하지 않았다. 서울역 편의점 안에 있는 신문 꽂이 배부대 정도의 크기랄까?


그래도 괌 역사를 다룬 책을 골랐다. Don A. Farrell 이 2024년에 쓴 <Guam : A Brief History>로, 선사시대부터 스페인 정복 시기를 지나 제2차 세계대전부터 2020년대 초반 코로나 팬데믹까지 다루고 있다. 괌이 태평양전쟁의 주요 격전지였던 만큼 해당 내용이 자세하게 서술되어있고, '괌의 미국화', '괌의 군사화‘ 도 별도의 챕터를 활용해 설명하고있다. 책 말미에는 괌 주요 관광지와 여러 액티비티, 음식 사진이 붙어있어 여행 가이드북으로도 유용하다. 저자가 북마리아나제도 전문가라고 하니 사이판, 티니안 여행 때도 필요하겠다.


숙소에 돌아오니 해는 저물어가고 있었다. 오늘 일몰 시간은 18시 09분, 괌에 머무를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가져갈 짐과 두고올 짐을 한번 더 확인하고 베란다에 서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았다. '아, 이 해가 오늘도 넘어가는구나. 매일 아침에 뜨고 매일 저녁에 지는 평범한 반복이지만 오늘 해는 아주 늦게 졌으면 좋겠다. 다시 괌에 올 날이 있을까? 마음 편히 며칠 머무르려면 지금부터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 딸내미와 깔깔거리며 놀았던 바닷가는 기억에 정말 오래 남을 것 같다. 수영장 미끄럼틀도,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도 모두.'


오늘밤 기온은 25도로 괜찮으나 습도는 75%로 꽤 높다. 오후부터 틈틈이 쏟아진 소나기가 한몫 한 거 같다. 아내와 숙소 앞 마트에 가서 직원들과 나눠 먹을 바나나칩을 사고 냉장음료들을 살펴봤다. 숙소에 들어가 선물을 넣어두고 식구들과 일요 야시장Tumon Night Market 에 갔다. 시장 규모는 대단했다. 숙소 앞 페일 산 비토레스 로드 Pale San Vitores Road 전체가 시끌벅적한 야시장으로 바뀌어 있어 마치 대구 서문시장에 온 기분이 들었다. 차모로 전통 바베큐와 볶음밥을 1인분씩 주문하고 미국식 버거와 옥수수 구이를 샀다.


마지막 만찬이다. 숙소 한 켠에 테이블을 쭉 붙인 다음 야시장에서 사온 음식을 쭉 깔았다. 어제 K마트에서 산 컵라면도 몇 개 꺼내 뜨거운 물을 콸콸 쏟아 부었다. 소풍 같기도 하고 캠핑 같기도 한 게 우리 식구 정서와 딱 맞다. 차모로 전통 바베큐와 볶음밥은 입맛에 딱 맞다. 불향이 쏵 입혀진 게 감칠맛이 폭발한다. 버거는 딱 버거다. 이태원에서 파는 그 혈당 상승 버거. 옥수수는 심심하기도 하고 느끼하기도 하다. 옥수수 자체가 덜 여물었고 버터가 과했다. 컵라면이 압권이었다. 칼칼한 것이 지금까지 쌓여있던 기름기를 한꺼번에 씻어준다.


하늘은 깜깜하다. 건물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만 밝을 뿐 창밖은 이미 한밤중이다. 침대에 같이 누워 있는 딸아이가 말한다. '아빠, 안 가면 안 돼? 우리랑 같이 있으면 안 돼? 아빠랑 떨어지기 싫어.' 눈물이 맺힌 두 눈을 보고 있으니 내 마음도 무너진다. 숨을 가다듬고 딸에게 말했다. '아빠도 같이 있고 싶어. 근데 아빠는 내일 새벽에 가야 돼. 회사에서 할 일이 있고, 일을 해야 다시 우리 가족이랑 여행을 갈 수 있어. 지금은 어쩔 수가 없고, 아빠도 어떻게 하면 우리 식구랑 조금 더 편하게 여행할 수 있을 지 고민해볼게.' 딸은 계속 울었다.


2시간 정도 잤다. 시간은 23시를 향해 가고 가족들은 모두 눈을 감고 있거나 졸린 눈으로 티비를 보고 있다. 02시 비행이라 00시까지는 공항에 가야 할 것이다. 공항에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나는 기다리더라도 일찍 가는 게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다. 다행히 딸아이는 한잠에 들어있다. 코를 골고 있는 딸아이를 바라보며 함께 했던 시간들을 떠올려본다.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은 거, 물놀이장에서 미끄럼틀을 셀 수 없이 탔던 거, 아빠가 사준 스테이크가 괌에서 먹은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다며 아빠를 일으켜준 거.


23시 40분께 숙소를 나왔다. 장인어른께서 나랑 동서를 공항까지 태워주셨다. 아내도 동행했다. 뒷자리에 앉아 생각한다. '서로 일정이 안 맞아 따로 움직여야했던 시간이 많았는데 이번 여행은 참 기분이 이상하다. 나중에 정말로 먼저 가게 되면 어떻게 하지? 아찔하다. 있을 때 잘 하고 지금 더 행복하자.' 공항에 도착하니 정확히 00시다. 장인어른께 인사를 드리고 아내와 꼭 껴안았다. '재밌게 놀다와. 도착하면 바로 연락할게.' 공항은 생각보다 조용하다. 입국 심사도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출국 게이트에 도착하니 00시 20분이다. 춥다.


동서가 무스비와 커피를 건네준다. 저녁에 먹은 게 아직 소화가 안 돼 바로 먹을 수는 없어 천천히 먹겠다고 했다. 출국 대기 장소가 너무 추워 티셔츠를 껴입고 이리저리 걸었다. 롱패딩을 입고 있는 사람도 드문드문있다. 아마 이곳 온도가 낮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아닌가 한다. 더 움직이려고 무스비를 먹었다. 커피도 한숨에 마셨다. 체크인을 하고 자리에 앉아 곧장 수면안대를 꺼냈다. 동서에게 수면안대 쓰는 방법을 알려주고 곧장 눈을 감았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만 느끼고 바로 잠이 든 거 같다. 짧은 괌 여행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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