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여행을 준비하며 살펴본 것들.

괌은 어떤 곳일까?

by 우율의 독서

해외 여행을 착수하면 항공권부터 살핀다. 스카이스캐너 Skyscanner , 익스피디아 Expedia, 부킹닷컴 Booking.com에서 대략적인 가격을 확인하고 그 정보를 아내와 공유한다. 아내는 아내대로 검색하는 경로가 있고, 나보다 언제나 싸고 다양한 이동 방법을 제시한다. 숙소와 렌트카 예약도 아내가 한다. 공항에서의 거리, 안전상태, 아이들이 놀 거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숙소를 고르고, 하루 중 묵직묵직한 일정을 토대로 이동 경로를 산정해 차량을 고른다. 항공권, 숙소, 렌트카 모두 아내가 예약하고 결제하니 나는 언제나 맘 편하다.


그러면 내가 준비하는 건 뭘까. 가장 먼저 집앞 교하도서관으로 가서 여행책을 검색한다. 발행년도를 내림차순으로 정렬하고 출판사와 제목을 본다. 시공사, 상상출판, 길벗, 중앙북스 출판사는 여행 가이드북계 전통의 강호이니 믿을 수 있다. <저스트 고 괌>, <셀프 트레블 괌 사이판>, <무작정 따라하기 괌>, <프렌즈 괌>을 열람실에서 쭉 살펴보고 필요한 정보를 종이에 메모한다. 이번에는 '두사람' 출판사에서 2018년에 펴낸 <오! 마이 괌 : 괌을 즐기는 가장 멋진 방법>을 주문해서 꼼꼼하게 읽었다. 공저자 모두 괌 전문가인 것 같았다.


여행책을 살피며 내가 메모하는 건 대략 이렇다. 위치, 면적, 기후, 인구, 민족, 수도, 행정, 언어. 여행 가이드에는 아주 짧게 설명되어있지만 나에게는 이런 정보가 가장 중요하다. 주요 여행지, 맛집, 쇼핑몰 같은 정보는 그냥 훑고 넘어간다. 맛집은 아내와 처제가 찾아볼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나는 언제 어디서든 잘 먹으니 별 걱정이 없다. 쇼핑몰 역시 자매가 찾아볼 거라는 확신이 있고, 나는 쇼핑몰에 같이 가기는 하지만 이리저리 둘러 보는 걸 좋아하는 않아 서점을 둘러보거나 서점에서 산 책을 카페에 앉아 살펴보며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면 괌은 어떤 곳인지 재미삼아 한번 살펴보자. 먼저 위치와 면적! 괌은 태평양 미크로네시아 마리아나제도에 속한 섬이다. 북위 13.48도, 동경 144.45도에 걸쳐 있고, 면적은 546 제곱 킬로미터로 제주도의 약 3분의 1 크기다. 괌은 작은 섬이라 몇 시간만 운전해도 다 둘러본다는 말이 있는데, 이건 괌을 아주 우습게 보는 것이다. 괌 중심가인 타무닝, 투몬 지역은 그리 넓지 않아 그 정도 시간으로 한번 스쳐갈 수는 있겠지만 제대로 살펴보는 건 그 시간으로 어림도 없다. 여행은 그 나라의 크기와 상관없이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다음 기후. 괌은 열대 해양성 고온 다습한 지역이다. 연평균 기온은 27도이며 일년 내내 이 정도를 유지한다. 낮아도 20도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고 높아도 35도 위로는 올라가지 않는다. 우기와 건기가 절반씩 차지하며, 평균적으로 12월에서 5월까지를 건기, 6월부터 11월까지를 우기라고 한다. 우기와 건기 중에 어떤 때가 여행하기 좋냐고 물어보면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건조한 게 좋으면 건기, 비를 좋아하면 우기에 가야지요. 우리 식구는 건기에 해당하는 1월에 갔지만 매일 틈틈이 비가 왔다. 물론 우기에는 안 가봐서 제대로 모른다.


7월에서 10월 사이에는 태풍도 자주 닥친다. 괌이 위치한 서태평양 지역이 세계 최대의 태풍 발생 지역이며, 도심과 해안이 가까워 태풍이 유발하는 피해가 유독 많은 곳이다. 또한 산이 높지 않아 바람을 막아줄 방패막이 적다. 괌에서 가장 높은 람람산도 해발 406미터 정도이다. 옛 직장 동료 중에 한 명은 5월 말에 괌을 여행했지만 예고없이 들이닥친 태풍 탓에 일주일 이상을 현지에서 연차를 소진하며 괌 공항에서 고립된 적이 있었다. 문득 궁금해진다. 태풍을 연례행사처럼 맞이해야하는 괌 주민들은 과연 어떤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을까.


그 다음 인구와 민족. 괌 인구는 2025년 11월 기준으로 약 16만 9천여명으로 제주도 인구의 약 4분의 1정도 된다. 2020년 코로나 이후 감소하다가 2023년부터 점차 증가 추세라고 하며, 성장의 원인은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다. 인구의 37.3%가 차모로 원주민이며 26.3%는 필리핀계, 7%가 추크 원주민이다. 여행 3일차 돌고래 투어 당시 만났던 현지 가이드 두 명 중 한 명이 차모로 출신이었고 다른 한 명은 추크 출신이었는데 두 사람 모두 체격이 건장했다. 인구 가운데 7%는 백인이며, 한국 중국 일본 출신들이 2% 남짓 구성하고 있다.


괌 수도는 하갓냐이며, 중부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괌 북부 해안을 잇는 1번 도로와 남부 해안을 연결하는 4번 도로가 만나는 곳이며 안토니오 B. 원 팻 공항 왼쪽에 있다. 하갓냐는 차모로어로 '피(Blood)'를 의미하는 '하갓'이 파생된 말이며, 현지어로는 Hagåtña 라고 표현한다. 괌이 스페인 지배를 받던 당시에는 '하갓냐'를 '아갓냐'로 불렀으며, 지배자가 미국으로 바뀌면서부터는 다시 '하갓냐'로 부른다. '하갓냐'가 '아갓냐'가 된 정치적 이유는 없다. H 철자가 가장 먼저 오는 단어는 스페인어권에서 묵음으로 말끔하게 처리될 뿐이다.


괌은 UN의 승인을 받은 별개의 국가는 아니다. 사람이 버젓이 살고 있는 하나의 지역을 UN이 승인하고 만다는 게 어이없는 일이지만 이게 또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대로 괌은 스페인의 지배를 받다가 1898년 스페인 - 미국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한 이후 미국령이 됐고, 1989년에 미국에 완전히 편입된 '준주'이다. 말 그대로 '주'의 자격에는 못 미치나 그에 비길 만한 행정 구역이라는 뜻이며, 괌 주민들은 괌 지사(Governor of Guam)만 선출할 수 있고 미국 대통령을 선택할 수 있는 투표권은 가지고 있지 않다.


마지막으로 주요 차모로어 표현을 살펴보자. '안녕하세요'는 '하파 아다이'며, 'Håfa Adai' 라고 표현한다. '감사합니다'는 '시 쥬스 마세'이며, 'Si Yu'os Ma'åse'라고 쓴다. '안녕히 가세요' 또는 '안녕히 계세요'는 스페인어와 같이 '아디오스'를 쓰며 철자 역시 'Adios'이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식당에 들어가고 나올 때 그리고 감사한 일이 있을 때는 'Hello' 또는 'Thank you' 보다 차모로 현지어를 많이 사용했다. 내가 만나는 사람의 출신이 어딘지 물어보고 난 후 그쪽 인사말을 할 수는 없고, 괌에 갔으니 괌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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