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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로 7년째밥 벌어먹고살아요

그래서 조직문화가 뭔데요


조직문화로 7년째 밥 벌어먹고 살아왔으면, 이제 좀 쓰고 나눠보자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합니다. 


그동안 경험해온 '조직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조직문화 담당자를 꿈꾸는 이들 혹은 이 일을 업으로 삼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지만 앞이 막막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대단한 것, 뾰족한 답을 기대한다면 지금 당장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 7년 동안 '(조직) 문화인'으로 살아오며 겪은 경험을 그저 쓸 뿐이다. (그래도 함께 읽으며 공감하고, 어떤 이에게는 작은 영감이라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조직문화 담당자가 된 계기

한 통신사의 영업사원 교육과정을 기획하고 개발하던 내가 왜 갑자기 조직문화담당자가 되었을까. (대부분의 피플/컬쳐 영역의 담당자들이 HR관련 이력들이 있기는 하다. 완전히 결이 다른 일이라고는 볼 수 없긴 하다.)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하고 어느 정도 업무가 손에 익어 자꾸 다른 생각이 들었던 3년 차쯤, 내가 일하고 있는 조직을 좀 재미있게 만들어 보고 싶었다. 때마침 함께 일하는 선배와 쿵짝이 잘 맞아 일을 많이 꾸며냈다. 우리끼리 FUN조직TF라 부르며 학습조직도 만들어보고, 이벤트도 진행하며 회사원이라는 탈을 쓰고 개인의 꿈을 펼치고 있었다. 주 업무와는 별개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새로운 경험Ex의 순간을 수없이 만들어냈는데, "어랏 이게 성과도 왜 때문인지 잘 나오는 거 같잖아?". 일은 일대로 하고 FUN조직 운영 때문에 야근하는데 재미있었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 갑자기 내 마음에 신호가 왔다. 


나 퇴사해야겠어

3년 차에 온다는 회태기를 단번에 뿌리치는 뜨거운 퇴사 욕구는 나를 공부하게 만들었다. 무작정 퇴사할 수는 없어서 조직문화와 관련된 공부를 시작했고 더 나아가 브랜딩에 관심을 갖게 되어 대학원까지 진학하게 되었다. 퇴사 욕구와 함께 시작된 탐구 욕구는 '1인 기업의 정체성을 찾아주는 컨설턴트가 될 테야'로 이어졌고 공부를 하다 보니 '기업에서 조직의 정체성Identity을 브랜딩해 나가는 일'을 먼저 해봐야겠어로 결론이 났다. 나의 이러한 욕구변화의 과정을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간절하게 호소했고, 우연히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흠모했던 회사에 내가 면접을 보다니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다. 브랜딩 공부를 이어나가며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조직문화를 잘 브랜딩 해나 가는 회사가 있을까 하며 감탄했던 그곳에서, 심지어 내가 원하는 포지션에서 사람을 채용하다니. 그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부랴부랴 이력서를 써서 제출했고 특이하게(?) 팀장님과 유선상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열중했던 기억이 난다. 서울대연구동 B강의장 4조 자리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이야기에 바로 휴가를 냈다. 


1차 실무자 면접날 콧노래를 부르며 석촌호수길을 걸어 사무실에 도착했다. 석촌호수에 둥둥 떠다니던 러버덕을 잊을 수 없다. (러버덕, 네가 나의 행운의 오리였지 뭐야.) 반갑게 맞이해주는 팀장님과 면접 전에 회사를 투어(?)시켜주는 모습에 낯설었지만 이미 마음은 입사한 기분이었다. (혼자 김칫국 드링킹 10사발) 처음 마주친 구성원도 너무나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어, 몰래카메라인가 싶기도 했고 이것도 면접 전형 중 하나인가 의심해보기도 했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죄)


내가 그동안 접한 면접은 검은 정장에 당고머리를 정갈하게 하고 두발은 가지런히 사선으로, 두 손은 가지런히 무릎 위에의 자세로 보는 면접이었다. 그런데 이 회사는 면접 전부터 편안한 복장으로 오라고 이야기하지를 않나 면접 보러 왔는데 회사 투어를 시켜주지 않나, 구성원들이 인사해주고 커피까지 마셔보라고 하지를 않나 뭐 이런 신세계가 다 있나 싶었다.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면접은 감도는 공기는 따뜻했지만 질문은 날카로웠다. 그러나 내가 깊게 고민하고 또 실행했던 일에 대한 질문들이어서 진솔하게 나의 생각을 이야기했고 2차 면접의 기회가 왔다. 아직도 기억나는 장면은, 면접관이자 채용담당자였던 NY님이 2차 면접 때는 좀 더 옷을 편하게 입고 오라고 신신당부해서 '임원면접인데 대체 얼마나 더 편하게 입고 오라는 거지?'라는 생각에 강의한답시고 실크 블라우스만 가득했던 옷장을 뒤로한 채 패션쇼 준비하듯 옷을 골랐다.

 

2차 면접은 더 신세계였다. 


유튜브와 기사로 만났던 그분이 대청소를 하며 계셨다. 청소란 자고로 팀장 이하만 하던 곳에 있던 나는 또 한 번 문화충격을 받았고, 역시는 역시다라는 생각에 마음속으로 엄지척을 열 번도 넘게 올렸다. 같이 카페로 이동하였고 여기서부터 2차 면접의 신세계가 시작되었다. 당시 A브랜드 카페에서는 1004데이를 맞아 직원의 이름을 부르며 주문하고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하면 커피값을 50%해주는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대표님이 주문을 해보라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웃긴데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주문을 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A카페에 감사를 전한다. ㅎㅎㅎ


업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나의 가치관이나 관심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약 2시간가량 주고받았던 것 같다. 재미있게 읽었던 책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갑자기 대화 주제가 역사이야기로 흘러가기도 했고,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면접을 봤다. 그렇게 면접이 끝나고 팀장 A님이 카페에 합류해서 이런저런 업무 고민을 나누었다.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합격 연락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걸려왔고, 내 생애 첫 이직이 성사되었다. 그때 P님이 나에게 "합격했다고 이야기도 안 했는데, 합격인 줄 알고 있었어요?"라고 웃으면서 말씀해주셔서 혼자 부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닉김이 좋아서 김칫국을 미리 또 마셔뒀나 보다)


나는 그렇게 피플팀 채용 1호 멤버로 조직문화를 업으로 살게 되었다. 


#그래서, 조직문화가 뭔데요?

조직문화를 7년째 업으로 삼고 있지만, 조직문화를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리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조직문화는 간단명료 단순 명확한 형식지가 아닌 암묵지와 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도 애쓰고 애써 만든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린 뒤, '그러니까 ~와 같은 것'이라는 부연설명을 덧붙이는 게 아닐까. 나는 그 부연설명에서 그 조직의 진짜 문화가 드러나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설명에서 '-다운'이라는 이야기가 더해진다면 "오... 브랜드와 문화가 일치된 곳이군요!"라는 확신이 더해진다. 


우리 조직문화는... OOO같아요! 

우리는 OO다운 문화에요! 

무슨 차이일까?ㅎㅎㅎ


어떠한 조직도 그들만의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 조직은 없다. 조직이 있으면 당연히 '문화'가 있기 마련이다. 조직이 갖고 있는 생각, 행동, 사람, 공간 등이 축적된 산물이 조직문화이기 때문이다. 문화라는 영어 단어의 어원은 '경작하다'에서 나왔다. 그렇기에 문화는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반드시 인위적 개입이나 노력이 있어야만 문화가 성립된다. 그러한 노력이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 회사는 구성원 생일을 축하해줘요'는 한 조직의 특정 문화가 될 수 없다. '우리 회사는 구성원 생일날 개인 사진이 담긴 생일축하 포스터를 붙여놓고 동료들이 메시지를 쓰며 함께 축하해줘요.'는 문화가 될 수 있다. 행위에 특별함이 더해져야 한다. 수고스러운 과정이 하나 더 거쳐야 비로소 문화가 되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습니까~ 자고로 - 다워지려면, 다워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법!) 


이처럼 조직문화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그런 노력을 위해서는 전담하는 팀이 필요하다. 그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기업문화팀', '조직문화팀', '구성원경험팀EX' 등이 많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인사/총무와 결합하여 일부 파트로 여겨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내가 있는 곳은 조금 특별하다. 조직문화만을 만들어 나가는 특별한 팀이 있다. 정말 ‘조직문화’를 전담하여 챙기는 피플실 조직이 존재한다. 이 곳만의 고유한 문화를 잘 유지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경영자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건강한 조직문화가 구성원에게 공유되기 위해서는, 그 조직의 처음 시작을 잊지 않고 씨를 뿌렸을 때의 상황을 이야기로 만들어 전해야 한다. 피플실은 그런 역할을 한다. 배민다운 문화의 시작을 잊지 않고, 계속 이야기하고 전하며 그런 문화를 구성원이 계속 느낄 수 있도록 경험의 접점을 만들어 나간다. 


문화는 자연스러운 형성과 별개로 구성원의 노력, 의지를 함께 더 해야만 더 견고한 조직문화가 될 수 있다. 그런 개입이 없다면 규모가 커질수록 시간이 경과할수록 갖고 있던 조직만의 고유한 문화는 퇴색되기 쉽다. (그리고 핑계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규모가 너무 커졌잖아~~~", "어쩔 수 없지 뭐~~~")


지금 나는 적은 규모에서 2000명이 넘는 (흔히들 말하는 대기업) 규모로 가는 길목에 와 있다. 이 과정 속에서 '조직이 작아서 할 수 있었던 거 아니야?'에서 규모가 커도 '다움의 문화'를 지켜낼 수 있구나를 보여주기 위해 우리 조직은 고군분투 중이다. 


그 노력의 과정, 시행착오의 과정을 글로 지어가며 건강한 조직문화가 계속 전파되고, 좋은 기업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에게 나의 글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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