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신입 PO의 모험기 (1)

처음으로 맡은 PO 포지션, 해외 팀들과 프로덕트를 만드는 데까지.

by 도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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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국계 IT 스타트업의 PO(Product Owner)다.




Product Owner를 맡은 지 3개월이나 되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에서야 제대로 일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회사에 중요한 마케팅 이슈들이 있었고 인원이 부족한 우리 회사에서는 내가 그 일을 도맡아 해야 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내가 도맡아서 했다. 아무도 그 일을 하라고 지시하지 않았고, 자연스레 CEO와 협업하며 마케팅 이슈를 처리했다. 마케팅 이슈에는 비단 마케팅에 관련된 일만 포진되어 있진 않았는데, 그 이유는 마케팅 관련한 자료를 만들려면 자사의 제품을 이용하여 특정한 이슈를 분석해야 하는 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이슈를 처리하는 데에 쏟은 시간은 자그마치 두 달가량이었다. 이슈 조사 및 분석, 번역, 마케팅의 일환으로 PR도 하고 이슈 관련 미팅도 잦아 외근하기도 하고. 정말 바빴다.


내가 재직 중인 회사는 내가 해야 할 업무들이 복합적으로 많았고, 그것들을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 시간을 배분하다 보니 내가 맡고 있었던 프로덕트에 시간을 만족할 만큼 할애하지 못했다. 사실 스타트업이 대부분 이런 것 같다. 인력과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니어는 혼자 쑥쑥 커야 한다. 뭐랄까... 야생에 던져진 새끼 같달까?


얼마 전에 해외 팀원과 이해상충이 발생했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좀 더 세분화된 기획 문서들을 준비하면서부터 신입 PO의 모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한국에도 지사가 있는 다국적 기업이다.


회사에서는 아무도 나에게 업무 지시를 하지 않는다.


나에겐 사수가 없으며, 지사에서 하는 비즈니스와 현재 내가 맡고 있는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혀 다른 것이다. 지사에서는 B2B 비즈니스 모델을 주축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목적으로 항해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맡은 프로덕트의 비즈니스 모델은 B2C 모델이다. 그리고 B2C 프로덕트의 오너 권한을 주신 건 CEO 분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지사 사람들과 일하지 않는다. 현재 해외 본사 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다. 나와 한국말로 내 프로덕트와 관련하여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대표님 뿐이다.


나는 1주일에 한 번 프로덕트 전체 미팅을 하며, 개별 미팅도 두 번가량 한다. 내가 회사에 있으면서 영어를 통한 소통으로 미팅을 하는 것은 일주일에 총 3번 이상. 영어를 잘 못하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큰 성장의 기회다.


영어로 하는 미팅을 위해 나는 스크립트를 미리 짜 놓기도 하고 미팅 전날 영어 어플로 외국인과 대화를 먼저 한다. 미팅 당시는 매우 떨리고 긴장된다. 최근에는 좀 나아졌지만 그래도 익숙하지 않은 언어 사용, PO로서 꺼내야 할 어젠다를 생각해놓아야 하는 것, 팀원들의 의견과 피드백을 알아듣고 내 생각과 버무리는 것, 그리고 내 생각들을 다시금 번역해 팀원들에게 꺼내놓는 것들이 나를 긴장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처음에는 프로덕트 오너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그냥 미팅만 주야장천 하고 미팅 summary 작성해서 공유하고 해외 PM 팀원과 개발 상황 공유하고 그런 게 다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나는 다른 일들을 하느라 소홀했던 부분들을 챙겨야만 했다. 팀원들은 어떤 제품을 만드는지 자세히 몰랐고 잘 정리된 문서조차 없었다. 할당된 리소스는 각기 다른 업무를 이미 맡고 있는 팀원들이었고, 스타트업에게 시간은 너무 소중했다.


그래서 빠르게 해 보자 마음먹고 제일 처음 했던 것이 UI/UX 디자인이었다.


- 2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