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가니 좋은 게 봄은 봄이더라
주말 아침, 알람없이 눈이 떠졌다.
노곤한 정도와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보니, 충분히 잔듯했다.
느즈막히 일어나 까치집 머리를 하고 여유를 즐기는데, 아내가 구멍 난 이불들과 잊혀진 옷가지들을 버리고 오라 한다.
조용히 툴툴거리며 일어났다. 분위기가 안나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커튼을 치고 창밖을 보니 어느새 봄기운이 완연하고 햇살이 좋아 보였다.
'그래 날이 좋으니까...'라고 중얼거리며 츄리닝과 반팔티를 꺼내 입고 커다란 쇼핑백을 들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서 5분쯤 걸었을까, 이불들과 두꺼운 옷들을 꾹꾹 눌러 담은 쇼핑백의 손잡이가 '뚝' 끊어졌다.
한때 나와 함께 했던 이불과 옷가지들이 보도블록 위에서 자유를 만끽했다.
"이럴 수가..."
허나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 나는 찢어진 쇼핑백을 보자기 삼아 모든 걸 한 아름 안았다.
내 몸통보다 큰 천 뭉치를 껴안고 걷다 보니 등에서는 봄비처럼 땀이 흘렀다.
반팔을 입고 나온 것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걷다보니 눌러담았던 옷가지와 이불들이 점점 팽창해서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허나 이 동네에 산지도 5년차, 옆만 보고도 찾아갈 수 있는 길이었다.
한참을 낑낑대며 녹색 분리수거함에 드디어 도착했다.
도착하기 한 스무걸음 전부터, 기분이 좋아지더니, 분리수거함 앞에 천 뭉치를 내려놓으니 요 몇일간 중에 가장 후련해지는 듯 했다. 그런 후 분리수거함에 옷가지와 이불을 꾹꾹 눌러 집어넣었다.
끝.
반이상 찢어진 커다란 쇼핑백을 둘러메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문득 날이 너무 좋았다.
'산책이나 해야겠다.'
봄이 내 안에서도 꽃을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