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가 망했어도 괜찮은 이유
어제 하루는 정말 엉망이었다.
오래된 좋지 못한 습관대로 망한 하루의 끝은 더 망해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는 것처럼, 피곤한 몸을 편히 쉬게 하는 대신 모니터 앞에 붙들어 놓았다. 의미 없는 영상과 글들을 탐닉하며 휴대폰으로는 또 다른 게임을 실행했다. 충혈된 눈은 의미 없이 모니터와 휴대폰을 오가다가, 도저히 아무것도 못할 지경이 되어서야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침대에 누워 잠이 들기 전까지도 휴대폰을 쥐고 의미 없는 커뮤니티 글들과 쇼츠 영상들을 보며, 오늘 하루를 깊이 후회하는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아침에 눈을 떴다.
약간의 늦잠 때문에 약속 시간에 늦지 않고자 정신없이 준비를 하고 차키를 챙겨 주차장으로 갔다. 시동을 켜고 지하 주차장을 나와 오늘의 첫 햇살을 맞이하며, 강변북로로 차를 올렸다.
도로 위는 다행히 아주 막히지는 않았다. 적당한 속도로 달릴 수 있었고, 40분 정도 운전을 해야 했지만 약속 시간에는 늦지 않을 것 같아서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멍하니 20분 정도 달렸을 때 라디오에서 Badfinger의 'Without You'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예전에 참 좋아했던 노래인데, 정말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막히지 않는 도로, 다행히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겠다는 안도감, 그리고 예전에 좋아했던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기분이 썩 괜찮아졌다. 그러면서 문득 어젯밤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면 수없이 많은 망한 날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망한 하루의 끝에 매번 잠이 들었었고,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그러면 매번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정말 새로운 하루.
잠이 든다는 건, 어떻게 보면 작은 죽음이다.
의식이 축소되며 우리의 뇌는 재생과 치유의 시간을 갖는다.
엉망이 된 감정과 뒤죽박죽인 정보들을 정리하는 정화의 시간.
잠은 작은 죽음이고, 죽음 앞에서는 어떤 감정도, 사건도 이어지지 않는다.
그게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건 내 의식일 뿐이다.
잠을 자고, 아침에 눈을 뜰 수 있다는 건 살아 있는 동안의 축복이고, 기회가 아닐까.
포기하지 말고 절망하지 말자.
잠이 들고, 다시 눈을 뜨면 되니까.
그리고 내일의 첫 햇살과 함께,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