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로 살을 빼라는 말이 허황된 이유
세상이 많이 살기 좋아 졌다.
수직 이동은 엘레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대신 해 주고, 수평 이동은 자동차와 버스, 지하철이 대신 해준다. 덕분에 우린 더 빠르게 더 멀리 이동 할 수 있게 됐다. 시장이나 마트에 가서 재료를 사와서 집에서 음식을 요리하던 과정은 배달앱을 통해서 1분 이내로 단축 되었고, 음식의 맛도 이전보다 훨씬 더 쨍하고 자극적이다.
움직임의 외주화와, 식생활의 디지털 아웃소싱을 통해 시간을 아낀다. 그리고 그렇게 남는 시간은 침대에 편안하게 누워 휴대폰을 들고 도파민을 분비시켜주는 쇼폼 컨텐츠 (숏츠, 릴스, 틱톡)와 SNS를 본다. 쉬지않고 돌아가는 영상들과 SNS를 보다보면 배가 고픈건 아니지만,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긴다. 단맛과 기름맛이 적절하게 되섞인 매력적인 나만의 소울 푸드가 떠오르면 다시 휴대폰을 꺼내고 주문을 한다. 음식은 30분 이내로 집까지 배달 된다.
그런데 이렇게 바뀐건 환경과 생활 행태 뿐만이 아니다. 우리 체질도 바뀐다.
체질의 뜻은 '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몸의 생리적 성질이나 건강상의 특질'이다. 즉 누군가는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고, 찐 살은 잘 빠지지 않고, 조금만 배가 나와도 당뇨병과 고혈압에 잘 걸릴 수 있다. 반면에 다른 누구는 애시당초 살이 잘 찌지않고 타고난 근육량도 많아서 조금 배가 나와도 대사질환이나 암에 잘 걸리지 않는 체질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의 외주화와 식생활의 변화, 그리고 편안하고 얻는 쾌락적인 도파민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우리 몸의 체질도 바꾼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더 배고프고, 더 지방을 저장하고, 더 질병이 잘 생기는 쪽으로 말이다.
지난 20년간 후성유전학 (epigenetics) 분야에서 많은 연구들이 있었다. 후성유전학은 DNA 염기서열의 변경을 수반하지 않으면서 유전되는 유전자 활동의 변화를 의미한다. 좀 더 쉽게 이야기 하자면, 우리 몸의 유전자는 여러 '문장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 문장 중 어떤 부분이 '읽히고', '해석되는지'가 살면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같은 책에서도, 읽는 부분이나 해석에 따라 독자가 이해하는 바가 전혀 다를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가 어떤 환경에 노출되느냐, 어떤 생활습관을 가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우리의 건강, 질병 발생 위험, 심지어 우리의 행동과 성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후성 유전학은 유전자가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를 제공한다.
우리의 의지는 소비재다.
얼마 없는 지갑속의 현금처럼 쓰면 곧 사라진다.
하지만 우리 뇌의 신경전달 물질과 호르몬들은 지속적으로 존재하며 우리의 무의식을 지배한다.
즉 우리가 초가공 식품을 먹고 움직임의 외주화를 통해 활동량을 줄이고,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에 노출되면 우리 뇌는 달달한 음식을 갈망하고, 더 허기지고, 신체활동을 줄이도록 무의식을 지배하는 신경전달 물질과 호르몬들을 지속적으로 분비한다.
우리는 생활의 변화와 마음 챙김, 다르게 먹기를 통해 이런 신경전달 물질과 호르몬의 상태를 다시 맞춰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의지로 나를 챙길 수 있다. 이런 무의식을 지배하는 신경전달 물질과 호르몬에 대한 인지없이 의지로만 비만과 싸우는 것은 오히려 반복되는 실패와 요요로 자기 혐오감만 키울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자기혐오의 감정은 다시 뇌에서 부정적인 호르몬을 분비하는 새로운 요인이 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많은분들이 이런 부정적인 피드백을 반복해서 경험한다.
단순히 의지만으로 비만을 이기는 건 쉽지 않다. 우리 몸이, 우리의 무의식이 어떻게 조절되는지를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