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정말 같은 사람 맞아?
트레이드를 하고서 잘하게 되는 선수들이 있다. 분명히 같은 사람인데, 팀을 옮기자마자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활약을 펼친다. 야구판에 '트레이드 버프'라는 말이 따로 만들어질 정도로 팀을 옮긴 것만으로 선수의 퍼포먼스가 달라지는 사례가 종종 일어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기대를 모았던 선수가 부응하지 못하고 기억에서 잊히거나, FA 계약으로 거액을 받고 팀을 옮긴 선수가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먹튀' 취급을 받기도 한다. 분명히 같은 사람인데, 사람이 변한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전에 다녔던 한 회사에서 나는 스스로를 정말 무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회사에는 주변에 정말 뛰어난 사람들이 많았다. 각각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자기만의 영역을 회사 안에 구축해 내는 것처럼 보였다. 반면에 나는 자신감을 많이 잃어버렸고, 점점 주관에 대한 확신도 잃어 갔다.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면, 자꾸 나의 부족함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위축될수록 더 그냥 답답한 사람이 되어 갔다. 부족함을 감출수록 바닥이 더 드러나는 것 같았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스스로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한다. 동료들이 농담 반, 진담 반의 립 서비스로 '역시 에이스야.', '핵심 인재야.' 같은 소리도 해 주고. 물론 객관적으로 판단하기에 에이스 정도는 아니지만 1인분 이상의 몫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활하다 보니, 이 조직에서의 생활도 별 탈 없이 이어지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에서 미스를 내거나, 위축되어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가 버리지도 않는다. 일을 하는 데에 지속성이 생기고,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도 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렇구나, 내가 문제가 아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전에 다니던 회사를 원망하기도 했다. 그 직장이 문제가 있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아니다. 내가 우러러보던 훌륭한 동료들이 계속 멋진 퍼포먼스를 내면서, 그 회사는 지금도 잘나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나도 문제가 아니고, 그 회사도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냥 서로가 잘 안 맞았던 것이다. 그냥 그런 시기였을 수도 있고. (그치만 정말로 문제가 있는 회사도 있었다. 이른바 블랙 기업은 정말 있다. 진짜 이상한 회사인지, 아니면 나랑만 안 맞는 회사인지는 나와 보면 안다.)
그런데 자꾸 사람은 이유를 찾는다. 팀을 옮긴 선수들이 부진하면, '비인기팀에 있다가 인기팀으로 가서 관심을 받으니 새가슴이라 성적을 못 낸다'거나, '비싼 돈 보장해 주니까, 배가 불러서 열심히 안 한다'거나 여러 해석을 덧붙인다. 아니면 저 팀은 '그냥 문제'라든가. 그냥 저 팀에 가면 다 망가진다든가. 그런 식으로, 어쩌면 편의적으로 이유를 붙여 놓는다. 누군가 이유를 붙여 놓으면 그냥 또 그건 그런 것이 된다. 결과를 어떻게든 반전시키지 않는다면 계속 누군가의 편의적인 분석은 꼬리표가 된다.
야구팀을 응원하는 팬으로써 슬픈 일이다. 선수들을 떠나보내는 일 말이다. 사람이 만나면 헤어지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이듯, 헤어짐에 임할 때 피어오르는 슬픔 또한 자연스러운 일일 테다. 그나마 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잘할 때에는 슬픔이 그나마 줄어든다. 그런데 치열한 야구판에서 그러기가 쉽지가 않다. 적응도 해야 하고, 경쟁도 해야 하고, 성적도 내야 하니 쉽지 않은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팬으로써 무엇도 해줄 수가 없다. 답답하다. 그저 끝없이 응원의 마음을 보낼 뿐이다. 그럼 또, 인생사 새옹지마라 하지 않은가?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이러다가, 또 저러다가 다 나름 잘 산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지 궁금하다. 더 크면 집에서는 어떨지, 집 밖에서는 또 어떻게 지낼지도 너무나 궁금하다. 그리고 또 걱정스럽다. 살아 보면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고, 환경을 겪게 된다. 그런 당연한 상황이 걱정스러운 것은 아니다. 혹시나 그런 사람이 내가 아닐까? 아이들과 맞지 않는 환경이 우리 가족이라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이다. 아이의 잠재력을, 가능성을 억누르는 장본인이 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
또 하나는 환경의 가혹함이 아이의 마음보다 더 강해서,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받게 되면 어떨까 하는 걱정도 있다. 그런데 그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양육자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그게 너무 어렵다. 여러 사람들이 해답을 내놓고는 책도 팔고 강연도 팔지만, 아무래도 정답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어렵다. 이런 게 결국 또,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궁합' 같은 것에 관한 문제라고 한다면, 답은 더 없어진다. 답답해진다. 이 치열한 인생에서 아이들은 어떤 플레이를 할까? 나는 좋은 코치일까? 좋은 감독일까? 결론은 모르겠고, 그저 끝없는 응원의 마음을 보낼 뿐이다. 우리 아이들의 인생도 이러다가 저러다가 결국은 잘 살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