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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굽기, 신생아의 속사정

by 우연

눕혀두거나 기저귀를 갈 때 아기는 몸을 배배 꼬며 끙끙거린다. 처음에는 힘주는 줄 알고 기저귀를 재차 확인했지만, 어쩐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안아서 토닥이면 잠이 드는 것 같아 내려두면 번쩍 눈을 뜨고 이내 울음을 터뜨린다.


'우리 아기에게도 등 센서가 발동한 걸까? 손을 탄 걸까?'


울음이 곧 언어인 아이의 언어가 내게는 너무 어렵다. 배가 고픈 건가 싶어서 젖을 물려보지만 이내 잠이 든다. 그러던 중 어디선가 신생아의 속사정이라는 글을 읽었다.


엄마 나는 3주, 6주, 3개월, 6개월 때 급성장해요. 전 앞으로 태어날 때보다 100일까지 키가 10~15cm는 커야 하고 몸무게는 두 배 이상 늘어야 살아갈 수 있어요. 그래서 무지하게 먹고 자고 해요.

온종일 누워만 있다 보니 성장통이 오면 오징어 굽듯이 온몸을 비틀면 좀 살 것 같아요.


엄마 저보고 왜 그렇게 밤에 잠을 안 자냐고 하지 말아 주세요.

밤에는 성장 호르몬이 나와서 제 뼈가 늘어나 무지하게 아프고 신경질이 나요.

그래서 힘들다고 투정 부리는 건데 엄마는 저보고 안 잔다고 자꾸 자라고만 하세요.

잠이 들려면 절 눕혀놓지만 말고 안아주세요. 한 자세로 누워만 있으니까 힘들어요.

살살 몸을 만져주세요. 그럼, 한결 살 것 같아요.


엄마 저보고 왜 오늘 똥을 안 누냐고 뭐라 하지 마세요.

몸에서 필요한 영양분이 많아서 흡수하는 게 더 많아서 그래요.

제가 알아서 잘할 테니 제발 성급하게 병원 가서 관장하지 마세요. 아프단 말이에요.


엄마 저보고 왜 품에서 내려놓기만 하면 깨냐고 뭐라 하지 마세요.

엄마 냄새는 세상에 태어나 가장 익숙한 냄새예요. 엄마 냄새는 잠이 솔솔 와요.

그리고 어떤 잠자리보다 가장 포근해요. 딱딱한 바닥과 침대에만 누워있으면 온몸이 더 쑤셔요.


엄마 저는 지금 먹고 또 먹어도 배가 고파요. 배불러서 잠들 수 있게 쭈쭈 좀 많이 자주 주세요.

뒤돌아서면 배가 고파요. 포만감이 느껴지면 전 기분이 좋아져요. 그러면 잠도 잘 와요.


엄마 전 엄마만 믿고 세상에 나왔어요. 제가 찡찡거리는 건 이유가 있는 것이에요.

절 나무라지 마세요. 엄마 뱃속처럼 편해지고 싶어요.

백일의 기적을 선물할 테니 기다려주세요. 아님 백일의 기절을 드리겠어요.


이 글을 읽고 많이 울었다. 나만 믿고 세상에 나온 아기인데, 엄마 뱃속만큼 편안한 하루를 선물해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 손 타면 엄마가 힘들다고 애써 외면했던 울음소리가 떠올라 다시 미안해졌다.


그래 손 좀 타면 어때. 평생 안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엄마가 더 많이 안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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