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집에서 아기와 함께 한 지 이튿날, 아기의 얼굴에 열꽃이 잔뜩 폈다. 어른에게 살짝 쌀쌀한 정도가 아기에게 맞는 온도라는데, 친정 부모님께는 이런 말이 통하지 않았다.
스스로 체온 조절을 못해 손 발이 차가운 아기. 아기의 손 발을 만지더니 한마디 하신다.
“애 발이 차다. 양말 신겨라.”
통잠이랄 게 없는 생후 20일 차. 잠들기 힘들어하고, 새벽에 자꾸 깨는 아기를 보고 또 한마디 하신다.
“애들은 원래 따뜻해야 잘 자.”
집안 온도는 25도. 창문을 열고 온도를 낮추고, 아기의 옷을 벗기면 엄마는 어디선가 이불을 들고 나와 아기를 둘둘 싸맨다.
태열이 안 올래야 안 올 수 없는 상황. 신생아의 적정 온도는 아기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 22~24도, 적정 습도는 40~60%로 온 습도 관리는 필수인데, 이미 적정 온도는 훌쩍 넘겨버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잔뜩 껴 입히고 추워 보인다며 온수매트 위에서 아기를 꼭 끌어안는 엄마. 이 정도면 어른도 땀이 날 것 같은데 어른보다 열이 많은 아기가 열꽃이 안 피고 배길쏘냐.
내 말보다 유튜브를 더 신뢰하는 엄마에게 태열과 관련된 유튜브와 블로그 등 온갖 정보들을 찾아서 엄마에게 보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였다.
“너도 이렇게 키웠어.“
아기를 둘 이상 낳은 주변 친구들에게 태열에 관해 물어보니 아기를 낳고 엄마와 첫 번째로 싸운 게 온도였다고 한다. 시어머니, 친정엄마 할 것 없이 아기를 꽁꽁 싸매지 못해 안달 난 엄마들. 시어머니가 아닌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너도 이렇게 키웠다.’며 대답까지 똑같은 엄마들. 도대체 어디서 학원이라도 다니는 건가.
수딩젤을 듬뿍 발라도 가라앉지 않는 아기의 피부를 보니 속상한 마음만 한가득이다. 태열을 초기에 잡아주지 못하면 아토피 피부가 될 수 있다는 말에 두려워 엄마의 눈을 피해 옷을 벗겨보지만, 역부족이다. 엄마 집에서 생활하는 동안 태열을 잡을 수는 없을 것 같다. 피부에 고름이 지고, 짓물이 터지는데도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엄마가 있어 쉴 수 있지만, 엄마가 있어 내 방식대로 아기를 키울 수 없어 불편한 아이러니.
말도 못 하는 우리 아가 얼마나 따가울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