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콜록- 에엣취-
마른 기침과 잦아진 재채기에도 이상한 것을 느끼지 못하던 서툰 엄마. 집으로 오는 산후도우미가 아기의 상태를 보더니 한마디 한다.
"재채기는 괜찮은데, 기침이 너무 잦아요. 병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생후 30일밖에 되지 않은 아기에게 병원이라니? 화들짝 놀란 나는 서둘러 병원 갈 채비를 한다. 집에서 멀지 않은 소아과, 아기의 귀와 콧 속을 들여다보고, 배에 청진기를 갖다댄 후 의사 선생님이 말한다.
"모세 기관지염 같아요, 진료 의뢰서를 써줄테니 대학병원으로 가보세요. 아기가 너무 힘들 것 같아요."
대학병원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그냥 목이 간지러워서 기침하는 줄 알았는데, 모세기관지염이라니... 요 며칠 밤마다 울던 이유가 아파서 운 것이었을까. 아기의 유일한 언어인 울음을 내가 읽지 못해 우리 아기가 힘들었던걸까. 진료 의뢰서를 받아 병원을 나오는 길, 미안한 마음에 하염없이 눈물만 흐른다.
당일진료인 탓에 대학병원에서 꼬박 2시간을 대기했다. 2시간동안 울지도 않고 잘 버텨준 아기에게 고마웠지만, 이렇게 작은 아기를 데리고 큰 병원에 와버려서 미안한 마음에 대기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진료 대기를 하면서 내가 믿는 신에게 간절하게 기도했다. '제발 입원만 하지 않게 해주세요.'
하지만 교수님의 소견은 달랐다.
"폐 소리가 너무 안 좋네요, 내일 연휴인지라 오늘 밤에 갑자기 안 좋아지면 방법이 없으니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폐 소리가 안 좋다는 말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태열이 무서워서 낮췄던 집의 온도가 아기에게 너무 추웠던 것일까. 나는 털바지와 기모를 입으면서도 아기의 옷차림은 반팔 바디수트였다. 말도 못하는 네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얼마나 추웠을까. 사실 너는 온 몸으로 춥다고 표현했는데,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해.
아기의 호흡기 치료를 위해 네뷸라이저를 하는데, 산소호흡기같이 생긴 네뷸라이저를 보고 또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아기의 얼굴만한 호흡기로 숨을 쉬면서 울지 않는 아기가 기특하면서도 속상한 마음에 또 눈물이 터져버린 것이다.
"엑스레이 찍으러 가실게요."
"이렇게 작은 아기인데 엑스레이를 어떻게 찍나요?"
"아기들은 누워서 찍어요."
옷을 벗기고 차디찬 엑스레이 기기에 눕히자 차갑고 딱딱한 느낌에 놀랐는지 엉엉 울어버리는 아기. 움직임이 있으면 촬영을 할 수 없기에 아기를 꼭 잡았지만, 멈추지 않는 눈물에 앞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난건가 싶어서 안도하려는 찰나, 입원 수속을 위해 올라간 입원실에서 또 하나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링거바늘 꽂기.
어른 손가락의 한 마디가 족히 넘는 두껍고 긴 링거 바늘을 아기에게 꽂아야한다. 손등과 발등을 번갈아가면서 알코올 솜으로 닦아내고 혈관을 찾기 위해 두드려보지만, 아기가 너무 작아 혈관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간호사의 말에 또다시 눈물을 흘리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차가운 알코올 솜이 닿는 순간부터 울음을 멈추지 않던 아기.
차마 링거바늘을 꽂는 모습을 볼 수가 없어 우는 아기를 붙잡으며 '괜찮아 괜찮아, 엄마가 미안해.'를 연신 외쳐본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거세지자 선생님께 말을 건네본다.
"지금 꽂았나요?"
"아니요, 아직 혈관을 못 찾았어요. 손등과 발등에서 혈관을 찾지 못하면 머리에 링거바늘을 꽂아야 해요"
"머리에 꽂는다구요?"
"네, 너무 안 보여서 머리에 꽂아야할 것 같아요."
"선생님 제발 한번만 더 찾아주세요, 제발요. 손등이나 발등에 보일거에요. 제가 꽉 잡고 있을게요, 제발 한번만 다시 찾아봐주세요."
혈관을 찾지 못하면 머리에 꽂아야한다는 말에 엉엉 울면서 간호사에게 호소했다. 마지막 시도 끝에 발등에서 겨우 찾은 혈관, 링거바늘이 들어가자 아기의 울음소리는 더 커진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겪는, 인생 최대 아픔을 겪으며 고통에 몸부림을 치지만, 몸부림을 칠수록 수액이 들어와 더 아픈 발등. 링거바늘을 꽂기까지 꼬박 50분이 걸렸다. 50분을 내리 울던 아가는 생후 30일만에 눈물샘이 터졌고, 눈가에 방울방울 눈물이 맺혔다. 작은 발등에 꽂아진 링거바늘과 함께 반창고로 뒤덮여진 것을 보니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태열이 뭐라고, 너를 그렇게 춥게 했을까.
병실로 돌아가 환자복으로 갈아입히려는데, 아기의 몸에 비해 환자복이 너무 컸다. 작아보이는 환자복이었지만, 아기는 그것보다 더 작았다. 작은 환자복조차 입지 못하는 더 작은 아기를 보며 또 울어버리고 말았다.
가래가 드릉드릉 끓고, 답답한지 컹컹거리는 소리가 난다. 본인도 무언가 불편하고 힘든지 자꾸 울고 보채서 달래보지만, 잘 달래지지도 않는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나는 또다시 눈물을 흘린다. 집에만 있던 아기가 어쩌다가 모세 기관지염에 걸릴 것일까. 엄마의 무지함으로 아기를 아프게 했고, 그로 인해 나이조차 셀 수 없는 생후 30일차에 큰 고통을 겪었다. 내가 대신 아플 수 있다면 백번이고 천번이고 아플텐데 그러지 못하니 속상한 마음에 자꾸만 안아주게 된다.
24시간을 꼬박 깨어서 아기를 간호하며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공존했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아픔일텐데 밥도 잘 먹고, 약도 잘 먹으면서 잘 버텨주는 아기에게 고마웠다. 잠든 아기와 발등에 꽂힌 링거를 보며 또다시 눈물을 훔친다.
이렇게 작은 널 데리고 큰 병원에 와서 너무 미안해. 낯선 병원에서 밥도 잘 먹고 약도 잘 먹고 치료도 잘 받아줘서 너무 고마워. 엄마가 집에서 더 많이 안아줄게. 사랑해.
짧은 기간이지만 내게는 너무나도 길었던 나흘간의 입원생활을 마치고 집에 왔다. 병원에서 하지 못한 목욕을 하기 위해 물을 받아 옷을 벗겼는데 엉덩이가 빨갛다. 병원에서 먹던 약 부작용으로 계속 지렸는데 지릴 때마다 물티슈로 닦은 탓에 엉덩이가 다 까져버린 것이다. 부드러웠던 아기의 엉덩이가 살갗이 다 벗겨졌다. 본인도 따가운지 안아서 엉덩이를 손으로 받칠 때 울고, 누웠을 때 울고, 욕조에 들어가면 운다. '물티슈가 이렇게까지 안 좋은 거였다니... 두번 다시 물티슈로 엉덩이를 닦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어쩔 수 없었던 병원 생활이 또 미안해진다.
입원하지 않았으면, 엉덩이가 다 까질 일도 없었을텐데 엄마가 미안해.
약을 바를 때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면서 아기와 함께 울어버리는 엄마. 어른도 살이 까지면 따가운데, 말도 못하는 네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우는 것밖에 할 수 없는 너도 답답하겠지. 엄마가 미안해. 꼬박 일주일동안 약을 바르고 다시 부드러워진 엉덩이를 보면서 감사한 마음과 함께 느낀 것이 하나 있다.
아기의 칭얼거림을 절대 힘들어하지말자.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말 못하는 아기만큼은 아닐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