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수유하시겠어요?"
출산 당일 밤, 말로만 듣던 수유콜을 받았다. 모유 수유의 의지가 있다면 출산 당일부터 젖을 물려야 완모(완전 모유수유)도 어렵지 않다고 한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아기에게 처음 젖을 물릴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수유실로 향했다.
세상에 빛을 본 지 12시간 된 아기를 품에 안아 젖 물리기를 시도했다. 아직 젖이 돌지 않은 타이밍이라 나오는 건 없었지만 선생님은 그냥 한번 물려보라고 했다. 젖 물리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기의 입에 갖다 대기만 하면 자동으로 착! 하고 무는 줄 알았는데, 젖꼭지에 비해 아기 입은 너무 작았고 빠는 힘도 약해 자꾸 빠지기 일쑤였다. 선생님을 앞에 붙잡고 물어봤더니 처음에는 다 그렇다고 하셨다.
가슴팍에서 젖을 물다 잠이든 아기의 모습을 내려다보는 것은 꽤나 황홀했다. 아직 태아의 티를 벗지 못해 얼굴에 난 솜털이 부드러웠고, 쌕쌕 거리며 숨을 쉬는 모습이 신기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내 배에서 나온 아기인 것도 믿기지 않는데, 그 아기가 내 품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다. 호르몬 때문인지 아기를 바라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오는 이상한 상황까지.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황홀함이다.
아기는 젖을 물지도 않았고, 문다 한들 나오는 것도 없었지만 피곤한 줄도 모르고 한 시간을 안고 있었다. 아기를 내려다보며 이런저런 말들을 건넸다.
“우리 망고 태어난 지 벌써 12시간 됐네~
엄마 뱃속에서 나오느라 너무너무 고생 많았어.
배는 안 고파? 아직 엄마 쭈쭈가 안 나와서 먹을 게 없다 그치? 얼른 엄마가 우리 망고한테 밥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네~“
아기는 엄마의 말을 들은 건지 자면서도 배넷웃음으로 답했고, 그 모습을 본 나는 벅차올라 다시 또 사연 있는 여자처럼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이렇게 예쁜 아기가 또 있을까. 우리 아기에게 얼른 밥을 먹이고 싶어 선생님에게 젖이 언제 도는지 물어봤다. 출산 후 2-3일 차부터 젖이 돌테니 모유 수유 의지가 강하다면 조리원에 입소하자마자 유축을 시작하라고 조언해 줬다.
입원실에는 유축기가 별도로 비치돼 있지 않았기에 조리원으로 옮긴 후 바로 유축기를 사용했다. 마사지 5분, 유축 10분. 귀하디 귀한 샛노란 초유가 나왔지만 양은 터무니없이 적었다. 내 상상 속의 유축 모유량은 우유를 한 컵 따른 것처럼 찰랑찰랑할 줄 알았는데, 찰랑찰랑은 커녕 먹을 수 있는 양도 안 됐다. 신생아실 냉장고에 넣어둘 때 유축한 양을 적어야 하는데, ml로 적을 수 없는 양이라 어떻게 적어야 할지 고민했다.
'열 방울이라고 적어야 하나... 애초에 열 방울은 되나…?'
'극소량이라 적어도 되나? 나오긴 한 건가? 원래 이렇게 적게 나오는 건가…?'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엄마는 당황했지만 일단 극소량이라도 짜긴 짰으니 가지고 내려갔다. 초유는 버릴 것이 없기에 한 방울이라도 놓칠세라 조심조심 신생아실로 향했다. 신생아실에 비치된 냉장고를 여는 순간 40ml 80ml 120ml 등 찰랑찰랑하게 담긴 다른 엄마들의 젖병을 보니 극소량이 담긴 나의 병이 초라해 보였다.
'에라 모르겠다. 잘못 짠 거면 선생님이 알려주겠지. 뭐….'
생각은 긍정적으로 해보려 했지만, 막상 다른 엄마들의 양을 확인하니 혹시 모유 수유를 못 하게 될까 봐 걱정됐다. 방으로 올라와서 모유량을 늘리는 법에 대해 이런저런 자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돼지 발 삶은 물 먹기, 모유차 마시기, 우유 및 유제품 먹기, 물 많이 마시기 등 모유량을 늘리는 방법은 다양했다. 이 중 가장 쉬운 방법인 물 많이 마시기와 우유 및 유제품 먹는 방법을 택했다.
조리원 입소하자마자 식탁에 두유 8팩이 놓여있었는데, 모유 수유하는 엄마를 위한 것이었다. 양이 늘어나길 바라며 두유 한 팩을 마신 후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