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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수유가 내 욕심일까

by 우연

조리원에 입소한 후에는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수유콜이었지만, 아기에게 젖을 물리기 위해 피곤한 줄도 모르고 수유실로 향했다. 여전히 유축 모유량은 극소량이었지만, 3ml 5ml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모유가 당연히 우유 색이라고 생각했지만, 출산 후 처음 짠 초유의 색은 샛노란 색이다. 초유에 가장 많은 영양성분이 있다고 해서 초유를 많이 먹이고 싶었는데, 생각만큼 나와주지 않는 양에 속상했다. 유축이 끝나면 한 방울이라도 흘릴까봐 병에 탈탈 털어 조심조심 들고 내려갔다.


유축량이 적다는 것은 모유량이 적다는 말이기도 했다. 배가 고파 우는 아기에게 젖을 물려도 배불리 먹일 수 없다. 직수가 양을 늘릴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기 때문에 양이 적더라도 계속해서 물렸다.


직수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귀여움은 아기의 모습이다. 배고픈 아기를 품에 안으면 아기는 고개를 도리도리 하며 젖을 찾는다. 마치 아기새 같은 귀여운 모습에 더더욱 완모에 대한 욕심이 커진다. 한 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면 처음엔 결코 직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입을 와아아앙 벌릴 때 물려보지만, 금방 빠져버린다. 유두보호기의 힘을 빌려보지만, 이 마저도 물리는 건 쉽지 않다.


물리고 빠지기를 몇 번 반복한 후 겨우겨우 힘겹게 문 젖이 빠질 새라 손목으로 잡아주는 탓에 손목은 너덜너덜해지고, 아기가 잘 무는 지 바라보느라 목과 어깨에도 담이 결린다. 엄마의 손목과 목, 어깨를 희생하면서 물린 젖이지만 두어 번 빨다가 잠이 드는 아기. 두어 번 빨았을 뿐인데 옥시토신 호르몬이 분비된 건지 아랫배가 사르르 아프다. 많이 먹이지도 못했는데 배가 아프니 억울했다. 출산 후 회복도 안된 상태에서 모유 수유를 하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육체적으로도 힘들었다.


엄마가 힘든 만큼 아기도 쉽지 않은 모유 수유는 분유를 먹는 것보다 60배의 빠는 힘이 필요하다. 괜히 젖 먹던 힘이라는 말아 생긴 게 아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얼마 나오지도 않는 젖을 힘껏 빨아보지만 배가 찰 리 없다. 잠이 드는 아기를 깨워서 먹여야 하고, 훗날 젖몸살 방지를 위해 반드시 양쪽을 물려야 한다. 한쪽만 먹고 잠이 드는 아기를 깨워서 반대쪽을 먹여야 하는 데 아기는 감은 눈을 뜰 생각이 없어 보인다.


"자면 안 돼. 먹고 자. 일어나 봐."


연신 아기를 주무르며 말을 걸지만, 이미 아기는 꿈나라로 향했다. 아기가 잠든 틈을 타 수유 중인 다른 엄마들을 보니 양이 많은지 꼴깍꼴깍 넘어가는 소리가 난다. 어떤 엄마는 완전 분유 수유를 하겠다며 분유를 먹이고 있었다. 나 역시 지금은 모유량이 적어 보충 수유는 분유로 하고 있었기에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잠든 아기를 깨워 모자란 양은 분유로 아기의 배를 불렸다.


젖병은 모유에 비해 쉽게 나오니 꿀꺽꿀꺽 잘 받아먹는다. 힘겹게 빨지 않아도 되니 아기의 표정도 모유를 먹을 때보다 편안해 보인다. 그때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분유를 먹이면 아기도 편안하게 먹고 배도 부를 텐데, 내가 괜히 모유를 고집해서 빠는 힘도 없는 아기를 너무 고생시키나. 애초에 모유량이 적은데 모유 수유를 하고자 하는 게 내 욕심일까. 내 욕심 때문에 아기가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하는 걸까.'


배고픈 아기가 배부르게 먹지 못해 칭얼거리는 것조차 나 때문인 것 같아 미안해지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훌쩍이고 있으니, 선생님이 놀라서 달려왔다.


"엄마! 울면 조리가 안 돼, 원래 처음에는 다 안 나와요. 그래도 모유 수유를 하겠다는 게 대단한 거야. 요즘 모유 안 먹이는 엄마들이 얼마나 많은데. 모유를 먹이겠다는 시도만으로도 너무 대단한 거야. 양은 유축하면 계속 늘어나니까 초조해하지 말고 울지 마요. 아기한테도 감정이 다 전달되기 때문에 엄마가 울면 아기도 슬퍼."


조리가 안 된다는 말보다 아기가 슬프다는 말에 눈물을 닦아내고 감정을 억눌러본다.


유축을 하면 정말 늘어나는 게 맞는 걸까.

계속 모유 수유를 시도해도 되는 걸까.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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