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9.
하늘의 별빛이 찬란하고 땅의 불빛이 뜨겁게 아름다워서,
또 사람들이 너무 반짝여서,
내 존재가 점점 가려져서..
하늘과 땅의 딱 중간을 난다면 나는 유일한 빛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홀로 빛날 수 있지 않을까요.
땅에서 산다는 건 어린 나의 예상보다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힘들 만큼 힘들어보지 않았기에 내가 힘든 것조차 자격이 없는 듯하여 힘들더군요.
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미루고, 미루다 보니 엄두를 못 내어 또다시 미루는 일주일을 미루어봅니다.
압사보다는 추락사가 시원해 보입니다.
이대로 창문을 열고 뛰어올라도 될까요?
이대로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게요.
허락을 구하는 까닭은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그럴 용기조차 추락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으로 사는 건 지겹도록 지칩니다.
모두는 누구나 값진 인간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누구도 모든 값지지 못한 인간을 존중하지 않습니다.
그 값은 부모로 성적으로 대학으로 직업으로 연봉으로 배우자로 자식으로 매겨집니다.
내가 아닌, 그것들로.
서러운 비교에 당해왔음에도, 왜 저울에 올려두나요?
매겨진 값에 상처받아왔음에도, 왜 값을 매달아 보나요?
왜 아픈 세상을 증여하나요?
그냥 그런 하루였습니다.
안면이 느껴지는 순간마다 등에 날개가 하나씩 돋아나는 기분이었어요.
도대체 당신들은 어떻게 견뎌냈나요.
당신과 내가 공유하는 성장이 존재했음은, 당신이 정지가 아니라 연속을 살고 있음은, 나이라는 숫자의 주장에 불과해서.
나는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대단하다가도 불쌍해집니다.
의미 없는 주어와 목적어가 삼켜질 때 비로소 그게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아, 이 세상은 영원히 잘만 돌아가겠다.
짧지만 즐길 건 다 즐겼기에 이번 생에 남은 미련을 업고도 날 자신이 있습니다.
꿈을 이루지 못한 거지가 두렵습니다.
그래서 새가 되렵니다.
날갯짓 몇 번이면, 한 마리의 회피자일지언정 실패자는 아니니까요.
그래요.
실패자가 되기 죽기보다 싫습니다.
성공이 의미 있는 삶이 싫습니다.
새가 되어 산다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을 살렵니다.
살기만 해도 값진 생을 사는 새가 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