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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의 계절

2024.08.06.

by 파란


진득한 햇볕이 너의 눈을 적실 때

계절이 한낱 청춘에게 얼마나 가혹할 수 있는가

그제야 깨달았다

진부한 수식어를 가져다 붙이기 싫었으나

지지리도 많이 쓰인 데에는 저만의 이유가 있더랬지


예쁘다

너무 예쁘다


그 밖의 너를 정의할 방도가 존재할런가

지금도 난 모르겠다

지나간 기억이 추억으로 자리 잡은 변명으로

끈적한 장마와 숨 막히는 더위와 쥐어짜낸 매미 울음

그러니까 여름을 골라도 괜찮으려나

지겨운 빗소리를 짓이기던 웃음소리 탓이고

지나치게 어울렸던 진녹색 빛깔 탓이고

달큰한 복숭아처럼 달아오른 홍조 탓이라니까

조잡하게 왜곡한 우리들의 계절을 낭만이라 외치니

아무래도 미화의 구실로 여름이 제격이라는 것을

나도 알아버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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