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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탄내가 나는 이유

2024.09.09.

by 파란


서슴없이 다가오더니

나를 뜨겁게 뜨겁게 데우더니

끓어오르기도 전에 사라지더니

내가 오십 도였던지 구십 구도였던지

그렇게 나의 수증기만 앗아가서

식어버린 그것 소름 끼치게 시려워서

가슴에 눌어붙은 그것 다 토하고 토하고 싶은데

이미 소화되어 버린 지 오래라

더 이상 가득하지도 않고 더 이상 게울 수도 없고

이미 너에게 연소한 나는 흩어진 증기 어떻게 그러모을지

이미 나에게 서린 세포로 붙어버린 너를 어떻게 끓여 낼지

연소한 우리들의 어림이 사실 어리석음이어서

서러운 딸꾹질이 주전자 주둥이서 새어 나와서

한동안은 말라버린 곳에서 지독한 탄내만 풍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