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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유화

2023.10.26.

by 파란


세상이

하늘에 집어삼켜지는 날이었다


무채색과 분홍색이 하늘에서 뒤섞여 땅으로 흩뿌려지자

형체가 뿌옇게 흐려졌다


사물과 사물 사이를 그리던 경계선은 희미해지고

그 거리조차 가늠하기 어려워지는 시간이었다


애써 공들였던 입체감은 무용지물이 되어

차원마저 뒤바꾸어 놓았다


눈을 떠도 감아 꿈을 떠도는 듯 했다

그런 어느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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